'옳지 않음'을 바로잡기 위한 정치적 합심과 단결을 믿습니다.
계엄에서 6시간 만에 가까스로 벗어났다. 단 6시간 만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KOSPI지수가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치솟았으며, 대한민국은 세계 제일 치안 안전국에서 여행 금지 국가가 되었다. 간밤에 일어난 일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이유가 뭘까? 무엇이 그에게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느껴졌을까. 온 대한민국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 심정 추측하기‘ 게임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라디오와 방송, 뉴스 기사에서는 수천 개 문항의 스무고개가 펼쳐지고 있다. 단 6시간 만에 우리 사회에 커다란 물음표가 생겼다.
그날 새벽. 다른 사람들도 그랬듯이 나도 잠들지 못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사를 검색하고 영상을 찾아봤다. 당혹감과 실망스러움, 그리고 그 미스터리함에 두뇌가 뜨거웠다. 국회 앞은 국회를 지키려는 국민들과 담을 넘는 국회의원들, 명령을 받아 어정쩡하게 국회를 통제하는 군인들과 경찰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정말 이대로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안 되는데.. 계엄이라니. 근현대사 책에서 봤던, 이미 역사의 뒤 안길로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 그리고 매우 안 좋은 선례의 대명사였던 '계엄'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하늘에도 드리워졌다.
그 새벽 국회에 모인 여야의 190명의 의원은 계엄령 해제 요구안을 단숨에 가결시켰다.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는 것을 선언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힘찬 망치소리에서 당파나 정치색보다 '옳지 않음'을 바로잡기 위해 합심하는 국회의원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 순간만큼만은 그 190명의 국회의원이 영웅이었다. 힘의 균형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균형 없는 민주주의란 정말 쉽게 깨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문민정부를 만들고, 삼권 분립을 안착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했던 많은 선조들의 뜨거웠던 피와 정신이 와닿았고, 감사했다.
외신에서는 이 근거 없는 '계엄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성에 대한 놀라움도 보도했다. 나는 간밤 6시간 동안 펼쳐진 그 모든 일들에 정치의 본질이 있었다고 믿는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 사회에서는 각각의 신념과 이념이 다를 수 있고, 그 가치들은 '중립'적이다. '진보', '보수'와 같은 말들은 옳고 그름을 담고 있지 않는다. 그냥 그런 상태임을 표현하는 말일뿐이다. 우리 모두가 다를 수 있기에 옳다고 믿는 것들이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에 대한 본질은 '옳지 않음'에 대한 합의에 있다고 본다. 독재, 탄압, 차별과 같은 것들에 대해 '이건 정말 아니지 않냐!'라는 시선을 같이하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가 함께 정반합을 이루며 여기까지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나는 그날 새벽, 국회에서 그것들을 보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탓인지 진보와 보수는 또다시 당의 이익을 두고 다투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우리 함께 보았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 '옳지 않음'에 대해 '그렇다' 합의하지 않았는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옳지 않았음을. 단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계엄령을 포고하는 그를. 국민을 처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그를. 언론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탄압하고, 국회의 의정활동도 금지시키는 그를.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쥘 수 있는 국가 원수의 자리에 계속 두는 것이 정말 옳다고 보는가.
그날 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국제 사회에 여실히 보여줬던 그날 밤처럼 다시 한번 그 정치적인 아름다운 합의를 보여주는 국회를 기원한다. 정치가 명예와 권력에 눈이 먼 욕심쟁이들을 위한 리그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삶에 더 나은 가치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