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공개하는 건 어리석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타인의 눈살 찌푸림도 감내할 수 있다. 도박판의 '타짜'들과 대결하는 투자방식은 개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까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우리 부부의 투자이야기가 정답은 아니지만, 고요한 외침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2020년 7월 9일, 테슬라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후로 한주도 매도하지 않았다.
500일 세계여행 중인 지금도 세상에서 얻은 배움을 바탕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은 2,383주다. 세계여행 중에는 915주를 샀다. 나는 803주, 남편은 1,580주를 보유하고 있다. 93달러부터 332달러까지 가격에 상관없이 모아가고 있다. 평균 매수 가는 225달러다. 매일 공부하면서, 세계 각지를 관찰하면서 이야기 나눈 시간이 3,000시간이다. 요즘도 아들을 재우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투자이야기를 나눈다.
테슬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회사니까. 세계여행을 하며 강한 확신이 생겼다. 세계 각지에서 '수 십 년 만에 처음으로'라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진다. 물론 지구 환경을 테슬라 혼자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만큼이나 환경을 생각하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이번 여정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테슬라 평생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
우리는 테슬라를 평생 모아가기로 했다.
물론 우리의 투자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남편은 한국 복귀하는 대로 심리상담을 받아야겠다고 한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받을 태세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가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이상한 심리상태와 죽을 때까지 한 주도 안 판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남편은 스스로 중독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한국 복귀 후 거주할 집을 구해야 하는데, 전세보증금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는 건 자금조달 후보에 없다.
'하우스푸어 (House poor)'처럼 '스톡푸어 (Stock poor)'가 될 모양이다. 좋은 자산을 평생 보유하는 건 투자의 대가들에게 칭찬받을지 모르지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사치는 아니다. 또다시 언덕 위의 작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
오늘도 실적발표 후 주가가 폭락하는데, 남편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의 얼굴이다. 보유자산이 계산하기 싫을 만큼 사라졌는데, 정상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미소가 가득하다. 오후에는 "이정아, 6% 넘게 떨어졌어!!!" 라더니, 밤에는 "우와!! 9% 넘게 떨어졌어! 몇 주라도 사면 안될까?" 란다. 더 큰 문제는 나조차도 떨어진 주가를 확인하고는 웃으며 추가매수를 한다는 거다.
중독은 무섭다. 의지로는 바꿀 수 없다. 의학의 힘을 빌려야 고칠 수 있다.
3년 간 중독에 빠진 남편 덕분에 우리 계좌는 플러스다.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몇 년간은 그럴 것 같다.
한국 복귀 후 살 곳에 대해 대화할 때면 언제나 다툼이 생긴다.
"이정아, 몇 년 후면 주가가 정말 많이 올라가 있을 거야."
"오빠 말 잘 알겠는데, 전세보증금 부족해도 하나도 안 팔 거야?"
"전세보증금이 적은 곳으로 가면 되지. 사람 사는 곳 다 거기서 거기야. 살다 보면 적응하게 돼."
(이어지는 글)
https://brunch.co.kr/@hongcho0618/24
나도 모르는 사이 남편의 꾐에 빠져 장기투자자가 되었다. 건전한 투자방식임을 동의하기에 함께 한다. 남편이 마음에 드는 건, 언제나 내게 최종 의사결정을 맡기고 함께 상의하며 투자한다는 거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좋은 습관을 갖고 습관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의 투자가 성공적이라고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언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지 모른다. 수차례 경험했던 반토막과 반의 반토막도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간 지금의 투자원칙을 지켜간다면, 2023년 7월 이집트에서의 여름은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매수한다. 오늘도 263.7달러에 3주를 샀다. 애프터 마켓에서 260.6달러다. 내일도 1주를 더 사야겠다.
이러다가 남편과 함께 상담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세보증금이 매우 작은 제주도 부동산을 다시 알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