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10년에 결혼을 하고 친정을 떠난 지 14년 차 아줌마.
2024년 어느 날 친정집을 정리하던 여동생에게 전화를 받았다.
“언니! 집에서 유물이 발견되었어. 내가 그냥 처리할 수는 없는 것들이야. 시간 날 때 와서 가져가. ”
국민학교 일기장부터 교내 글짓기 책자, 원고지 묶음, 중고등학교 필기노트, 친구들과의 교환일기와 편지들.
근현대사박물관에서 보았을 법한 빈티지 소품들이다.
손때 묻은 흔적의 시간들이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쾌쾌한 먼지 내음의 숨결이 대견했다. 구깃하고 빛바랜 존재가 소중했다.
버릴 수는 없지만, 영원할 수도 없는 이 아이들을 어찌할고.
열 권도 넘는 인디안표 국민학교 공책이 묶여있는 일기장 뭉치. 11살 초딩 홍디의 하루들이 노란 박스테이프로 두툼하게 모아져 있다. 흐릿한 기억으로는 스스로 소유의 의지가 생겼을 때부터 기록을 남겨두고자 했던 것 같다.
넷플에서 완결된 웰메이드 드라마를 발견하면 밤새 멈출 수가 없지. 수수께끼 인생은 아직 미완성이고 웰메이드는 더욱 아니지만, 제법 방대한 양의 일기를 다시 덮어두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여 몰아보기를 참고 아껴두고 기록하며 마음 잡고 역주행해보려 한다.
고사리 손으로 하루 한 장 적었던 나의 일기. 부모님의 친필사인마저 소중하고, 참 잘했어요 도장은 자랑거리였지. 빨간 밑줄과 선생님 말씀이라도 적혀있는 날이면 얼마나 좋아하며 보고 또 보았던가. 어른이 되어 읽는 아이의 글에 잊었던 기억의 구슬이 반짝인다.
기억을 더듬어 나를 이해하련다.
추억이 오늘의 나를 보듬는다.
11살 어린이의 인생기록에 35년이 지난 오늘, 11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코멘트를 해본다. 훗날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 글에 한 마디 또 덧댈 수 있도록 건강하게 쓰는 근육을 만들어 보겠다. 글쓰기는 일기 한 줄부터.
+덧마디
최근에 그림과 함께 하는 글쓰기가 어쩌면 부담이 되기도 하였어요.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써제끼지 못하고 그림과 함께 하려다 흘려보내기도 하고요.
그러다 35년 만에 발견된 일기장이 보물 같아요.
댓글처럼 짤막하게 툭툭, 정성껏, 자주 쓰면서 정신을 차려볼게요.
원칙적으로 일기 검사=연재일은 월요일로 하고 산발적으로 발행을 눌러보겠습니다.
유치뽕짝이면 그저 웃어넘겨 주십쇼홍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