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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Nov 15. 2023

한가로운 홍대표의 희망으로 물드는 하늘

2028년 11월의 두 번째 일요일, 구름

5년 전 이맘 즈음 어느 날. @HONG.D 그리고 찰칵

쓰는 삶의 문턱을 그리며


#1. 새벽. 작업실. 어스름히 동트는 구름의 하늘.


통창으로 보이는 하늘 풍경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오롯이 고요함을 누리다가 따뜻한 차 한 모금 호로록하는 소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활력이 된다. 새벽글쓰기는 5년 전 '기적의2기' 동기들과 시작한 루틴이다. 그 때는 유치원생 건순이의 방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었지. 추억 돋네.

쓰는 삶의 문턱에 들어서던 2023 가을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일상을 아등바등하다가 툭하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과 마음을 달래던 하루들이었다. 문턱을 넘어 쓰는 세상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보이고 마음을 치유해 주는 하늘이었다.


해마다 가을 무렵이면 문턱을 넘었다. 22년간 이어온 회사생활을 마무리하고 붓질하는 취미를 시작한 게 기억하기도 쉽게 22년 가을이었으니, 벌써 6년 전이다. 이듬해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로부터 1년 후 드로잉 에세이 <집에서 쓰고 그리다>를 출판 계약한 것도 가을이다.

이쯤 되면 내 삶이라는 학교에서 가을에게 공로상장이라도 한 장 내밀어 줄 걸 그랬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그럴싸하게 인쇄 버튼 누르고 촤르륵. 디자이너 생활을 할 때는 여름과 겨울에 치여서 매출도 지지부진, 쳐주지도 않는 계절이 가을이었거늘.


오늘 공식적인 스케줄이 없어서인가 한가롭게 추억이 더듬어지니 가슴에서 구름이 몽글몽글하다. 가을, 이 계절의 냄새는 추억을 불러온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이가 되어볼까.




몇 해 전부터 집 지을 땅을 찾아다니던 신랑이 이곳을 매입한 것도 작년 가을이다. 설계를 위해 건축사무소와 첫 미팅하던 날, 집짓기에 한마음인 가족구성원들은 전원 출석이었다.

"저희 엄마는 해도 뜨기 전에 일어나 글을 쓰시거든요.
그림과 디자인 작업을 위한 큰 테이블도 필요하고요.
평소에 하늘 보는 걸 좋아하시니까 작업실에 통창을 내 드리면 좋겠어요."


중딩 아들 건만이의 아이디어는 신의 한수였다. 이 집을 짓고 나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 나만의 작업실이다. 두툼한 물푸레나무 상판의 테이블은 블랙 스틸 다리에 많은 신경과 돈을 썼다. 누군들 봐도 티는 안 나지만. 2m쯤 되는 길이도, 작은 키를 배려한 높이도 나의 몸에 딱 맞춘 옷과 같다.


비단 테이블뿐이 아니다. 이 집은 우리 가족에게 맞춤지수가 최고치이다. EBS <건축탐구 집><집의미래> 등을 출간하신 노은주, 임형남 건축가 부부의 손길이 직접 닿았으니 고퀄은 오죽하리오. 서브키친에서 커피를 내리다가도, 욕실에서 머리를 말리다가도 세심한 배려에 감사함이 퐁퐁 솟아오른다.


5년 전 프로젝트 과제로 ’홍디 잡문집HOUSE‘ 매거진을 만들고 처음으로 썼던 글이 <오픈 이벤트 없나요?>였다. 글로 적는 집 이야기를 하면서 EBS <건축탐구 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소개했었는데, 첫 출간작 <집에서 쓰고 그리다>의 서문에 그 글을 실었었지. <집에서 쓰고 그리다>가 2026년 YES24 제24회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스타 건축가 부부와 감사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인생이란 게 참 인연의 연속이다.


브런치 작가에 막 합격하고 애미가 과제하느라 거북목이 되어가던 그 시절, 건만이는 집평면도에 푹 빠져 있었다. 아파트 상가에서 부동산 광고책자를 걷어와 후벼 파던 초3 귀요미였지. 공부는 뒷전이요 관심 분야에만 덕후끼 다분한 아들 덕분에 애미는 그저 로드매니저였다. 총에 빠졌을 때는 전쟁기념관으로, 축구에 미쳤을 때는 스포츠센터로 하루 12번씩 입출차 기록을 세웠더랬다. 꽂히면 파고 또 파는 아드님을 알기에 늘상 주문을 외웠었지.

 '건만아, 실컷 놀다가 중2에 제발 공부에 꽂혀다오'

중2 건만이는 여전히 무기와 축구에 관심이 많고 건축학도를 꿈꾸며, 이제 막 공부의 재미를 덕질하고 있다. 운전하던 로드맘의 주문을 진득한 아들이 이뤄준다. 인생 로드맵의 기적이다. 나를 포함한 '기적의2기' 동기들의 행보를 보아도 꾸준함의 힘은 위대하다. ‘멘탈 잡고 꾸준함이 답이예요’를 심어주던 은경교를 어찌 믿지 않을쏘냐.




삶의 오로라를 향하여


#2. 오후. 거실. 하늘은 가을이 제 맛임을 보여주는 BLUE SKY


딩동. 퀵서비스입니다.

보그코리아 에디터님이 따끈한 12월호를 몇 부 보내주셨다. 전자책보다 종이책 넘기는 맛이 있듯이, 잡지도 빳빳하게 반짝이는 요 맛이 있다.

메모 적힌 포스트잇, 내 그림이네

@HONG.D 찰칵

또박또박 야무진 글씨의 주인공은 사무실 근처 카페홍(CAFE HONG) 청계천점에 자주 간다고 했다. 2층에서 커피 한 잔 하며 풍경을 봐도 좋고, 3층 북카페 공간은 책 읽기도 좋지만 SNS용 사진이 끝내주게 나온단다. 포스트잇은 카페홍 1층의 굿즈샵에서 샀나 보다. 작고 네모난 종이 한 장에 그녀의 센스와 정성이 담겨있다.

대표님, 지난번 인터뷰 영상은 웹, 모바일, SNS 모든 플랫폼에 올라와있어요.
매거진 기사는 표시해 드린 00페이지 보시어요.


어디 보자.

<<특별기획기사 퍼스널브랜딩 성공사례 홍디HONG.D 영상 인터뷰>>


: 먼저 Today's Look 오늘의 룩을 소개해주시죠.

: 캠핑 패션브랜드 H헬리포트(H HELIPORT)의 29SS 컬렉션이예요. 신상 깨알 홍보룩이죠. 제가 입어서 홍보효과가 있을지는 몰라요 흐흐. 캠핑룩을 지향하는 브랜드지만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많아요. 일 년 내내 캠핑을 가진 않아도 매일 캠핑을 꿈꾸거든요. 그 감성이죠. 작년 런칭하고부터 시즌마다 동기 작가들에게 단체티를 선물하는데, 꾸안꾸 라이딩룩으로 딱이래요.


: H헬리포트 브랜드 설명 부탁드려요.

: H는 저구요호홍홍^^. HONG의 이니셜인 'H'에 Heliport(헬리포트)를 접목하였어요. 홍디작가, 카페홍에도 써오던 로고플레이죠.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헬기장의 의미처럼, 고객님 한분 한분 다가와 즐기시고 머물다 가실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H헬리포트 캠핑브랜드 로고영상 캡쳐. @HONG.D 디자인


: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맛보기로 스포 살짝 해주실래요?

: 이번 겨울은 가족들과 노르웨이로 동계캠핑을 떠날 예정이에요. 가족 넷이 똘똘 뭉쳐서 자연을 파고들고 다니니까 15살 아들, 12살 딸 사춘기도 아직은 말랑한 것 같아요. 이 나이에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떠납니다. 겨울왕국에서 꿈에 그리던 하늘을 볼 수 있을까요? 겨울겨울한 이야기 쓰고 그려서 다시 만나요.

출처 : pixabay


'에잇. 나이는 못 속여. 얼굴이 왜 이리 너부데데하게 나왔냐. 그래도 옷이랑 머리는 봐줄만하네. '

내 나이 딱 반백살이다. 100세 시대의 반절, 이제 막 정오를 지난다. 하늘 보러 가자 오로라!





+덧마디.

2023년에 쓰는 5년 후의 미래일기 미션완료.

붓으로 물들홍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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