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ongfamily
Dec 18. 2021
서랍 속 자작시 - 겨울과 시골집
어린 시절 겨울의 추억이 떠오르는 날
겨울과 시골집
hongfamily
할아버지 댁은
흙으로 벽을 바른 한옥이었습니다
조부모가 돌아가시고
다시 간 적 없는 시골집이지만
함박눈이 오는 날이면
어릴 적 누이와 단 둘이 놀러 갔던
그때가 떠오르곤 합니다
뜨거운 아궁이에 누워
발로 벽을 차면
흙가루 떨어지는 소리가
재미있었나 봅니다
추운 밤 뒷간에 가기 무서워
거름더미에 오줌을 싸다
하늘을 보니 별이 한가득이어서
경이로왔나 봅니다
아침 흰 눈이 쌓인 세상을 보며
눈사람 만들어야지 기대했거늘
부지런한 할아버지 빗자루가
아쉬웠나 봅니다
어린아이의
재미와 경이로움과 아쉬움이
그렇게 가슴에 담겼었나 봅니다
이미 누이는 아이의 엄마가 되고
저는 흰머리가 희끗거리지만
가끔은 시골집이 기억나는 건
그 시절 가슴에 담아둔 것들이
스며 나오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