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지 Mar 15. 2018

강풍 몰아치는 어느 날씨 좋은 날

페로제도 탐험기, 미키네스 섬 풍경

미키네스 항구에 도착하자 배 위에서 맞던 바람보다 더 센 바람이 우릴 맞는다, 어서오세요 여기는 바람의 섬
하지만 오늘은 비는 없고 바람만 있는 아주 좋은 날, 당신은 운이 좋아요


벼랑 끝으로 몰아부치던 어마어마한 바람이 살고 있는 미키네스 섬


최대한 몸을 웅크려 바람을 맞는 체면적을 최소화하는 게 좋을 거야, 라고 귀띔해 주는 현지 양


바람을 피해  사방이 막힌 곳을 찾아 몰려드는 닭들


이 섬바람에 맞서는 커플의 바람직한 자세


두 발 달린 동물들 쯤 가뿐히 날려버리는 야속한 바람에 잃어버린 친구 찾아 가는 오리


가끔은 두 발 달린 동물도 어쩔 수 없이 툭- 무릎을 끓게 만드는 바람, 바람, 바람


저 보라색 배낭을 맨 남자가 이 섬을 떠나며 말했다




지도에 나오지 않은 길을 걷고
야생 동물들의 배설물을 밟고
얼굴이 터질 듯한 바람을 맞고
겨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셨다
우리가 미키네스 섬에서
다섯시간 동안 한 일의 전부

근데 왜 이렇게 아쉬운 걸까
도시에선 할 수 없으니까
아니 할 필요가 없으니까

저기 보라색 배낭을 맨 남자는
다시 이 섬에 오겠다고 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왜 이 길을 가야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