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일기
내가 유독 소소시장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대부분의 독립출판 마켓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에서 열리는 것과 달리, 소소는 다양한 사람들이 교차하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열려서다. 관심 있는 분들이 찾아주실 때도 기쁘지만 이런 세상과 접점이 없었던 분들을 '책'으로 우연히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내게 큰 기쁨이다.
오늘 소소시장에서 손님들과 나눈 소소한 대화들 모음
손님: ('페로제도 탐험기' 책을 보던 분이 옆에 있던 친구를 쿡쿡 찌르며) 이런 데는 어떻게 가? 너무 멀어서 한국에서는 못 가겠지?
나: (갑자기 끼어들며) 비행기 타고 가시면 돼요. (방긋)
손님: (중년 부부께서 디스플레이된 사진들을 보시더니) 이런 큰 사진들은 큰 카메라로 찍어야 하죠? 주로 어떤 카메라 쓰세요?
나: 휴대폰 카메라요. (ㅎㅎ)
손님: 아, 그럼 사진 전공하셨나 보다. 그렇죠?
나: 저 경영학 전공했어요. (머쓱)
손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영어와 한국어로 병기된 책 '질문의 여행'을 보시더니)와 대단한 양반이시네. 이렇게 영어로도 다 번역하시고 번역사로도 활동하시겠네?
나: 제가 번역 안 했어요. (흑흑)
손님: (멋진 여자분께서 갖고 계신 그림을 보여주시며) 저도 그림 그리거든요. 이런 데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나: 소소시장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보시면 돼요. 일 년에 두 번 참가자 모집 공고가 뜨면 신청하시면 돼요.
손님: 그렇구나. 근데 참가비 있죠. 얼마예요?
나: 무료예요. (미소)
손님: (내 명함 뒤에 dancer라고 쓰인 걸 보시고는) 아 춤도 추세요? 어떤 춤 추세요? 남미 춤 같은 거 추세요?
나: (당당하게) 막춤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모아놓으니 꼭 콩트 같네. 오늘 다양한 오해를 해 주셔서 또다시 제 설명을 듣고 이해해 주셔서 길 위에서 가던 걸음 멈추고 잠시나마 저와 눈 마주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난 3년 간 꾸준히 참여했던 세종예술시장 소소, 올해 상반기에는 공지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열릴 수 있기를 바라며 언젠가 소소시장에 참여했던 날 밤 일기장에 적어두었던 글을 여기 옮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