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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Sep 11. 2024

안하던 짓_여행(1)

캠핑 도전기

여행과 친하지 않은 사유

중고등학생때부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

대학을 서울로 입학하면서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시작했는데 수업 사이사이의 공강 시간과 학교 일과가 끝난 후 시간은 생활비 충당을 위해 공부대신 수많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차지했다.

그 결과 학자금 대출금이 차곡차곡 쌓여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매달 4-50만원의 고정 지출(대출 상환금)이 당연하게 생겼고.

그 결과 취업이 쉽게 되는 진입 장벽이 낮은 회사에 취직하거나 늘 수요가 있는 영업직 포지션에 취직하여 고정 지출과 생활비를 벌어 먹고 사는 삶이 시작되었다.

삶을 비관하려는 글은 아니다. 나는 그렇다는 것이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난했을 때는 돈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풍족한 감성이 있었다. 나의 삶을 스스로 위로하는 스킬이 있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가난한 적이 많다고 해서 여행을 번도 안가본 것은 아니다.  

배낭여행으로 미국도 가보고, 호주도 가보고 친구들과 일본도 가봤는데 여행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녀와서 굉장히 감명 깊었던 것도 아니다. 

여행이 끝나면 또 돈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온전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여독을 풀고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는 과정이 상당히 귀찮고 번거롭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빚은 내 친구

아무튼 20대 때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열심히 일 했고, 30대 때는 자영업을 하며 왕창 생긴 빚을 갚으며 살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 대출금없는 성인의 삶은 아직 살아 적이 없네..?

빚이 없는 삶은 어떤 삶일까! 매달 나가는 상환금만큼의 돈이 여유가 생기면 정말 좋긴 하겠지만 현재 빚은 내 친한 친구다.


살만하니까 보이는 내 인생

10년 정도 해온 자영업을 그만 두고 다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전공을 다시 살리기도 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복지 일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집이 회사와 가까워서 식비나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아서 좋다.

회사가 가까우니 아침에 일어나서 여유롭게 임금님처럼 아침밥을 차려 먹고 반려견 산책을 시킨 뒤에 공부방에 앉아 꼼지락대며 일기도 쓰고, 아침 기도도 한다. 짜증이 나는 날도 있지만 출근을 하면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 하면 또 저녁을 먹고 반려견 산책을 시킨다. 

매일의 반복. 

불현듯 생각을 했다. 나중에 빚 갚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대출금을 갚고 있다.

이 대출금들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름 인생에 큰 우여곡절 겪고 이겨내며 살고 있는데 가끔 어디로 떠난다고 주머니가 여기서 얼마나 더 열악해질까.

다니자. 이제 좀 다니자. 어딘가 여행을 가려고 짐을 싸는 순간부터 돌아와서 짐을 풀어 정리하며 귀찮을 내 모습을 걱정을 하는 타입이지만 그래도 다녀야 한다.


까탈스러운 노견과 여행 할 유일한 방법

 9살이고 12kg 정도 되는 중형견을 키우고 있다. 꽤나 예민한 녀석이라 거의 모시고 산다. 다른 개들을 싫어하고 겁도 많다. 예전에 한 번 애견 동반 글램핑을 갔는데 조금만 옆에서 소리가 나도 우렁차게 컹!컹! 거려서 애를 먹었다.

그런 개와 함께 외박을 하며 여행갈 방법은?

캠핑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때마침 작은 경차도 생겼다. 

경차에 중형견을 싣고 캠핑을 있을까? 캠핑을 해보지도 않은 내가? 당일치기 여행만 좋아하는 내가?

자신이 없어서 한 달 넘게 고민을 했는데, 어느덧 캠핑 매니아인 회사 동료의 조언을 들으며 캠핑 용품을 구매하고 있는 요즘이다.



 


캠핑은 중형견을 경차에 싣고


경차에 탄 중형견


앞으로 이 중형견을 작고 오래된 차에 태우고 차곡차곡 짐을 실어 어설픈 캠핑을 하는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잘 다녀보자 귀여운 녀석아! 잘 부탁한다 작고 오래된 자동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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