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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Sep 18. 2024

안하던 짓_여행(2)

캠핑 도전기

내 집 마련 입주 전

캠핑을 하기로 결심하고 텐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브랜드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그래서 우선 기준을 정했다.


1. 피칭(텐트 치기)이 빠르고 쉬워야 함.

2. 가격이 착해야 함. (30만 원 이하)

3. 2인에 중형견 또는 3인에 중형견이 넉넉히 잘 수 있어야 함.

4. 겨울에도 쓸 수 있어야 함.

5. 경차에 부담 없이 실을 수 있어야 함.


그래서 정한 모델이 네이처 하이크 터널형 텐트이다.

구매처 상세페이지 사진 첨부

회사 동료의 어머니가 현재 사용하고 계신 텐트로, 거실도 크고 피칭도 쉬워서 어머니 혼자서도 하신다고 하길래 질러버렸다.


텐트라는 것은 작은 공간이 하나뿐인 주로 한강에서 사용하는 모양만 생각했었는데 캠핑족들이 텐트 이야기를 할 때 거실, 방 하나, 방 두 개, 짐꾸러미 창고방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걸 보고 좀 색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텐트를 결제하고 나서는 마치 작은 집을 계약한 기분이 들었는데, 한 때 서울에 내 집이 있어 보았던 입장으로써(지금은 없다) 텐트는 세금도 안 내고 대출금도 없고 자유자재로 이동도 되네? 이런 당연한 생각을 어이없이 하며 괜히 히죽히죽 기뻤다.


중국에서 오는 해외 배송이라서 아직 텐트는 도착하지 않았고 도착과 함께 일정을 잡아 빠르면 10월 초에 캠핑을 갈 예정이다.

텐트를 구매하고 나서 깔고 잘 자충매트, 요리할 때 쓰는 취사 용품(버너), 경차 트렁크의 부족함을 메꿔줄

차량 천장용 트렁크(자동차 루프백) 등 큼지막한 것들을 구매하면서 거의 60만 원 정도를 소비했고 큰 지출에 후덜덜하면서 그래도 한 번 사면 계속 쓰니까!! 하며 스스로를 계속 토닥토닥 위로해 주었다.

내 집이 생겼잖아! 너무 아까워하지 마!


그래도 솔직히 아직도 귀찮아

큰 물건들은 질러버렸지만 솔직히 아직도 귀찮고 걱정이 된다.

트렁크와 차 천장에까지 짐을 꾸역꾸역 싣고, 쓰다듬어 주기만 해도 털이 훌훌 빠지는 이중모에 예민대장 겁쟁이 웰시코기를 뒷좌석에 태우고 낯선 곳에 가서 짐을 내리는 동안 겁쟁이 웰시코기는 낯선 환경에 더 겁을 먹을 테고, 텐트를 어설프게 땀 흘리며 치고 불편하게 음식을 해 먹고 불편하게 설거지를 하고 불편하게 샤워를 할 것을 상상하니까 말이다.

어둠이 내리면 또 예민보스 겁쟁이 웰시코기는 작은 소리에도 컹컹거릴 테고 나는 조용히 하라고 괜찮다고 등을 토닥토닥, 궁둥이를 팡팡, 이마를 쓰담쓰담해주어야겠지.

일어나면 다시 또 불편한 방법으로 허기를 달래고 가만히 있다가 집에 갈 때가 되면 짐을 다시 차곡차곡 싣고 오래되고 작은 경차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길 기도하며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와 차에 실린 캠핑 용품을 우당탕탕 정리하고 씻고 쉬면 와.. 피곤하다.. 정말 집이 좋아지겠다.


가기도 전에 힘든데 대체 왜 캠핑을 하는 거야?

회사 동료 말고도 캠핑을 종종 다니는 친구가 있다.

현재 캠핑을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귀찮고 불편함이 예상될 것들이 출발하기도 전에 이렇게나 많은데 왜 캠핑을 다니는 거냐고 물었더니, 귀찮으려고 가는 거란다. 심심하지 않으려고. 엥?...

그러고 보니 심심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이 생생한 최근 10년 동안은 자영업을 하느냐고 손이 늘 바빴다. 손과 손목을 너무 강하게 많이 사용해서 손목 터널 증후군이 생겼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가끔 일상생활이 사소하게 불편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소주를 따를 때 병을 기울이는 각도로 손목을 움직이면 덜덜 떨린다. 술을 받는 사람이 왜 그렇게 손을 떨어? 하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을 정도로.


글램핑을 한 번 갔었던 경험이 있는데 기억이 좋지가 않다.

자영업으로 평일, 주말 구분 없이 할 일이 많아서 가만히 마음 놓고 있을 틈이 없고 손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손이 늘 분주한데 놀러 간답시고 글램핑을 해보니 장소만 밖으로 바뀌었다 뿐이지 평소처럼 너무 바쁘고 쉴 틈 없이 손을 움직이고 몸을 들썩들썩 움직여야 했다.

일하기 싫어서 놀고먹고 쉬러 나왔는데 결국 똑같이 일을 해야 하다니!? 글램핑은 최악이고 캠핑은 더 최악이겠구나~ 했었다.


休 (쉴 휴)

이제는 자영업자가 아닌 직장인이 되어 규칙적인 주말의 휴일이 생겼고, 빨간색의 공휴일은 무조건 쉬는 것으로 일상이 새롭게 변신했다.

주말과 공휴일에 쉬는 일상. 쉼이 규칙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일상. 캠핑을 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이런 고마운 일상 덕분이다.

나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해 주고,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켜준 규칙적인 쉼.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를 할 때 감사의 기도를 많이 한다.

무사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가장 잘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게 해 주셔서, 하루하루 평범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쉬는 날에는 쉴 수 있게 해 주셔서 등으로.

무슨 이슈가 생겨도 더 큰 이슈가 생기지 않게 해 주셔서, 이 정도로 이슈가 마무리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한다.

감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기도를 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일이 되고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모든 일들의 흐름이 내용이 무엇이던 상관없이 장차 미래의 나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과거를 가만히 돌아보며 반성과 위로를 하고, 스스로 용기와 응원을 얻고, 경험과 지식을 배운다.

사람들이 그래서 새로운 유행을 따라가나!?

이렇든 저렇든 해보지도 않고 귀찮음에 지지 말고 자꾸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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