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규칙으로 깨기
한 달에 술을 얼마나 먹느냐.
작년 같은 경우에는 평균 주 3~4회 정도 마셨던 것 같고, 올해는 평균 주 1~2회 마시고 있다.
주로 소주를 마시고 유행하는 위스키, 와인 등을 마셔보고자 노력했지만 술을 처음부터 소주로 배운지라 소주 외의 술을 마시면 술을 마시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소주가 저렴해서 더욱 손이 간다.
작년에는 한창 술을 퍼마시다가 9월부터 러닝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술 대신 러닝에 의지하는 2023년 3~4분기를 보냈었다.
대체로 규칙이나 습관이 하나 정해지면 그것을 계속 유지하려는 습성이 꽤 강한 인간인 것 같다 나는.
포기가 빠른 편이기도 한데 중간이 없는 성격이다.
반찬으로 고사리가 맛있으면 소주 한 잔 캬-
고기를 먹으면 지글지글 소주 한 잔 캬-
뜨끈한 국물 요리가 있으면 시원하게 소주 한 잔 캬-
유난히 몸이 힘든 날이면 보글 보글 라면에 소주 한 잔 캬-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와도 달리고-
환절기에 목구멍이 따끔따끔 몸살 기운이 있어도 달리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늦어져서 밤 11시가 넘어도 달리고-
도무지 추워서 달릴 수 없을 것 같은 날도 달리고-
같이 마시는 사람이 없어도 이러쿵저러쿵 혼자 소주를 마시는 핑계 또는 계기는 창의적으로 만들어졌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면 혼자 등산을 갔다가 내려와서 식당에 가서 순댓국에 소주 한 잔을 먹고, 술을 파는 노래방에 2차로 가서 기본 안주인 강냉이를 야금야금 소주와 들이키며 혼자 노래를 했다.
같이 뛰는 사람이 없어도 숨이 넘어가도록 달렸고, 추운 날엔 머리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곤 했다.
이 모든 것들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혼자만의 취미였다.
올해가 되어서 술을 자연스럽게 줄이고, 러닝보다는 헬스를 하면서 술과 러닝에 집착하는 취미가 깨졌다고 생각했는데 술에 의존하는 습관은 줄어들었던 것이 아니라 잠깐 숨겨둔 것이었다.
심적으로 피곤한 날이면 오늘은 먹어야겠다~ 하며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고 반려견 산책을 하면서 순대 1인분을 사서 집에서 홀짝홀짝 마시다 잠이 들곤 한다.
회식이나 사람들을 만날 때는 괜찮지만 혼자서 마시는 술은 어두움을 가장 검은색으로 덧칠하는 효력을 발휘하는데, 그것이 어쩔 때는 정말로 나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위험한 기분이 든다.
브런치 연재하는 수요일.
카페 이야기를 끝내고 무얼 써볼까 고민하다가 우동에 소주를 한 잔 마신 김에 결심해 본다.
술을 줄이자!
얼마나 줄일까?
혼자 마시는 술은 2주에 최대 1번만.
그것이 아무렇지 않아 지면 한 달에 1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