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하반기 시작!
올해는 87년생에게 고단한 한 해가 될 거라는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뉴스들을 접하며 시작했다.
그런 걸 잘 믿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렇다면 빈틈없이 바쁘게 보내자. 그러면 어떠한 사건이 비집고 들어올 새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떠한 사건들은 빈틈이 있던 없던 신경 쓰지 않았다.
1월~2월에는 집에 결로가 생기는 듯싶더니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주인댁도 결로인 줄 알고 기다려보자고 하시다가 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는 전문 업자를 불렀고, 노후된 배관이 터진 곳을 찾아 땜빵하는 작업을 한 달 내내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일로 월세를 한 달치 면제해 주셨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천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루틴이 생기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할머니를 보러 갈 때마다 할머니는 점점 기운과 말수가 줄어들었고, 휠체어에 앉기도 힘든 날이 왔다. 출근 전에 하루를 위한 기도를 하는데, 5월 9일 그날은 할머니에 대한 기도를 평소와 다르게 하고 나서 회사를 가면서 '왜 그렇게 기도했지?'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외롭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내용으로 하는데 그날은 할머니 가시는 길이 편안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한 것이다.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오전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고 직감했다. 할머니의 소식인 것 같다고.
운전해서 장례식장으로 가던 비 오던 길, 너무나 화창했던 장례식 기간. 마침 연휴라서 많은 조문객이 왔던 장례식장. 고요하고 할머니가 좋아하는 나무들로 가득한 추모관 풍경들. 이제는 정말 현실에 없는 할머니.
예전에 할머니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왜 그렇게 사랑이 많이 줘서 나를 힘들게 하냐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잘 보내드리라고. 말이 가벼워서 호감이 안 가는 아주머니였는데 그 말은 기억이 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오랜만에 모인 외갓집 친척들과 다시 어릴 때처럼 모여 추억을 공유하고 앞으로 더 소통하며 지내기로 약속하는 계기가 되었고, 엄마를 더욱 살뜰히 챙겨야겠다고 다짐하는 자식이 되었다.
6월은 엄마, 아빠, 동생, 조카들과 모두 처음으로 일본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집안에서 겉도는 자식이라 제대로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 간 적이 없는데 짧은 시간 다녀온 일본 여행은 우리 엄마, 아빠가 더 나이 들기 전에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다녀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함께 올해 안에 취득하기 위해 퇴근 후 인터넷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살고 있는 집보다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아끼고 있는데 사실 수입은 늘 고정적이고 나갈 돈은 더 고정적이라서 잘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난 시간 동안에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루에 연연해하며 살고 하루 무사히 살았다는 만족에 매일 술에 의존했으며 노력하는 삶처럼 보였지만 딱히 노력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지금 한꺼번에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종종 남들이 부럽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우울하고 애초부터 남들과 시작이 같았다면 좀 괜찮았을까 남탓하고 싶고 하지만 결국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