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기 전 새벽 알바

묶여 있는 강아지

by 땀공주

새벽 알바를 가는 길은 하늘의 모양 빼고는 유난히 같은 모양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검정 시바견을 산책시키면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부채질을 하면서 화단에 풀을 살피는 할머니.

일직선 골목을 왕복 달리기 하는 20대 청년.

아무래도 평일의 저녁은 퇴근 후에 오늘은 술 한잔, 친구랑 저녁 약속, 회식, 운동하기 같은 변수들이 많이 생기지만 새벽에는 정해진 루틴이 있거나 한 번 정해지면 습관처럼 하게 되는 규칙이 있어서 풍경이 매일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모습이 한 가지 있었다.

어슬렁어슬렁 걷는 길에 작고 우울하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가 주황색 줄에 묶여 오래된 연립 출입문에 앉아 있었는데 내가 걸어오는 방향을 계속 보고 앉아 있었다.

옆에는 주황색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있었고.


새벽 알바를 할 때는 팟캐스트 경제 채널을 듣는데 오늘은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아까 그 강아지는 이 새벽에 왜 거기 묶여 있을까.

잠깐 주인이 어디 갔나?

그런데 잠깐 묶어두고 어디 가기에는 주변에 아무런 상점도 없고 굳이 거기에 묶어둘 그럴만한 이유가 상상되질 않는데,.

언제부터 있던 거지?

쓰레기봉투는 왜 옆에 놨을까?

이따 다시 지나가볼까?

그러면서 길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과거의 강아지들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3학년 쉬는 시간 매점 가는 길에 비가 많이 왔는데 학교 정문에서 피부병이 걸려서 쭈그려 앉아 비를 맞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근처 공중전화박스에 가서 119에 신고를 하다가 수업 시간에 들어가지 못해 담임 선생님께 지금 뭐가 우선인지도 모른다고 혼난 적도 있었고,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엄마 몰래 키우려고 잠바 속에 숨겨서 데려왔다가 혼나 적도 있었다.

1시간 알바를 하고 집에 가는 길은 원래 다른 골목으로 가는데 고민고민을 하다가 다시 출근했던 길로 가기로 했다.

'제발 거기 없어라. 제발 없어라.' 기도하면서.

정말 다행히 쭈그려 앉아 있던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 지점에 가까이 가서도 묶여 있던 강아지와 쓰레기봉투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참 단순한 것이 그때부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원래 아직도 묶여 있으면 사진 찍어서 당근에도 올리고 주차된 차주들에게 전화를 해서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거나 경찰에라도 신고하려고 했는데 정말 다행히 강아지가 없었다. 참말로 다행이었다. ㅋㅋ


새벽에 들었던 팟캐스트에서도 우연히 주제가 반려견 정책, 사고 이슈, 보험, 분쟁 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집에 들어오니 기지개를 켜면서 "아오~~~" 이런 소리를 내면서 나는 반겨주는 우리 강아지를 보고 오늘은 배로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젠 내 인생에 발이 4개 달린 동물은 진짜 마지막일 10살 먹은 우리 강아지.

건강하게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가자!

KakaoTalk_20250805_083501886.jpg 침대 밑에 얼굴 넣고 자는 우리 강아지_어둡게 낮잠 자고 싶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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