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타리버섯 덕분에
주방 스텝을 도와 느타리버섯을 다듬을 기회가 생겼다.
느타리버섯을 느릿느릿 다듬다 보니
엄마가 아빠보다 집을 잘 챙기는 이유를 알겠다.
가만히 가만히 느타리버섯 씹기 좋은 두께로 찢다 보면, 주문하기로 했던 엄마 생신 선물 생각나 잠시 멈추고 휴대폰을 두들겨 주문하고.
큰 것들은 북북 찢고 작은 것들은 똑똑 떼어내다 보면 요양원 계신 우리 할머니 오늘 긴 하루는 어찌 보내시려나 걱정을 한다.
안짱다리에 고개는 비스듬히 하고 아주 삐뚜르게 서서 이 많은 느타리버섯 언제 끝나.. 불만 갖다 보면
뜬금없이 그때 그 아프시다던 친척 어른은 요즘 괜찮으신지 안부가 궁금해지고.
다음엔 두 팩이 아니라 한 팩만 사자고 말해야지 할 때 즈음이면, 아차차 어젯밤에 돌려둔 세탁기 안에 빨래를 안 꺼내고 출근했구나 떠올리게 된다.
뇌 어딘가에서 순서 없이 날아다니는 온갖 기억과 걱정들 차곡차곡 붙들어 매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