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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Nov 14. 2023

자판기커피

남이 타주는 커피

자판기 커피도 자판기마다 맛이 다 다르다.

어디 갔을 때 자판기 커피가 있으면 무조건 뽑아 마시는 편인데 많이 마시다 보니 평가를 하게 된다.

이 집은 청소를 안 했네, 이 집은 설탕이 들 들어갔네, 이 집은 내용물이 오래됐나?, 이 집 자판기 잘하네 등등

교보문고 자판기는 일반 커피만 가능하고 설탕이 덜 들어 있지만 깨끗하다.

자판기 커피 중에 교보문고 자판기처럼 카테고리가 세분화된 자판기도 볼 수가 있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자판기 커피를 사람들이 잘 마시지 않는지 판매 중지된 메뉴들이 많다.


밥 먹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루틴이 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밥을 먹고 자판기가 있으면 뽑아 마시며 입 안을 달큰한 커피로 여기저기 묻히는 것이 나의 루틴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또 희한한 점은, 믹스 커피를 머그잔에 타서 마시면 이 맛이 나지 않는다.

일회용품을 습관처럼 쓰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주먹만 한 종이컵에 보글보글 거품 일으키며 나오는 뜨끈뜨끈한 그 맛이 일품이다.

300원이라고 쓰여있지만 무료인 자판기

금액이 쓰여 있는 식당의 자판기는 알고 보면 대부분 무료다.

아마 한 때는 이 식후 커피를 유료로 제공을 하다가 점점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퍼져서 바꾸신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장사를 하면서 다양한 컨셉의 가게를 상상해보곤 한다. 이런 가게 하면 재밌겠다. 사람들이 올까? 하며.

가게 겉면을 자판기 모양으로 엑스테리어 하고 요즘 유행하는 테이블 오더가 아닌 테이블마다 pc를 설치한 후 배경화면은 메뉴판으로 설정.

주문과 추가 요청 사항은 msn, 네이트온과 같은 메신져로 각 테이블에서 키보드로 쳐서 카운터로 전송.

물론 커피나 음식은 자판기가 아니라 사람이 조리한다.

요즘 추세인 비대면 테이블 오더도 되면서 아날로그적인 느낌도 잃지 않는, 기계가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하는 그런 가게의 컨셉!


항상 내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생각한 무언가는 누군가 어디서 분명히 이미 하고 있거나, 개인적인 취향에 취해서 나만 좋은 것일 수도 있으나 보통 이런 상상을 할 때면 너무 자동화되는 요즘의 것들에 반항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생각하는 편인 것 같다.

자판기 커피 또한 처음 나왔을 때는 자동으로 기계에서 커피가 나오네!? 하는 자동화의 움직임이었겠지만 지금은 로봇이 에스프레소 커피를 말아주는 시대가 되어 버려서 자판기도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아니하고 상품을 자동적으로 파는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덩치만 큰 맥심 같은 느낌이 강해졌다.


자판기 커피는 맛있다!

매일 직접 볶아대는 커피를 추출하며 맛보고 수정하고 고민하지만 자판기 커피가 사실 제일 맛있다.

아마도 커피는 남이 타주는 것이 가장 맛있는데 남이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니까 감정 자체가 없는 기계가 무심하게 떨어뜨려 주는 그 맛이 마음 편해서 더 맛있는 것 같다.

편안한 마음을 같이 파는 자판기 커피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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