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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May 03. 2024

집에서도 일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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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질 또는 청소기를 돌려도 몇 시간 후면 손으로 바닥을 쓸었을 때 나오는 빗자루 같은 털 뭉치들 때문에 웰시코기와 함께 사는 삶에서 문득 맨 방바닥에 드러눕는 일이 여간해서는 흔한 일은 아니다.

어쩌다 맨바닥에 누워서 멍 때리는 테라피를 해보았는데 서늘한 바닥 냉기, 드러누운 내 옆에 드러눕는 라떼의 까칠하고 묵직하고 구수한 등의 감촉, 아무 데시벨도 없는 집에서 혼자 조용히 기계음을 내는 냉장고 소리 등등이 정해진 자리에 눕지 않은 데서 오는 낯선 순간이었고 언젠가 이 순간이 분명 생각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생각이 날 그것은 회상도 아니고 그리움도 아닌 흔해빠진 행복이다.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느니라"
                                                                       -누가복음 6장 4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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