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걱정을 다한다
ㅡ 나 화났다. 당분간 오래갈 것 같다. 말리지 마라
ㅡ 누군가에게 카톡을 남기고.
나답지 않게 세상의ㅡ 반은 잃은 듯한 마음으로 밤 12시가 되어서야 터벅터벅 산책 겸 집으로 걸어왔다.
편의점에서 돼지바 하나를 사서 입에 물고, 숨소리라고는 모기 한 마리도 없을 것 같은 집에 들어와 불을 켜지도 않고 침대에 벌러덩 누었다. 씻지도 않아서, 봉변당한 침대에게 잠깐 미안해 하지만 머 어쩔 거야 싶다.
이 집구석의 주인은 난데. 오지게도.
마치 보름달이 뜬것처럼 환~ 하게 핸드폰이 나를 비추었다. 좀 전의 분노가 어느새 녹턴으로 변주된다.
힘들게 시안 잡느라 고생하고, 일정 맞추느라 감정노동까지 고생한 나. 차곡차곡 사진첩에 포개진 내 사진을 들여다본다.
살이 빠졌네
주름살이 더 생겼네
없던 점들이 깨알같이 보이네
이번 일을 하느라 10년은 더 늙었네
그 와중에 핸드폰 속에 저장된 심각히 많은 점심메뉴 사진들. 뭐야? 이건?
결국, 마음이 얼굴을 더 상하게 할까봐 마지못해 핸드폰을 닫는다. 어쩔 수 없지. 대자연의 섭리다. 인정이 빠른 편이다.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는데
역시 뭔가를 쓰면서 앙칼진 마음이 드러눕는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ㅡ.
집에 오는 길에 쓰레기 하나를 버렸습니다.
그 쓰레기 하나가 내 마음 언저리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나뒹굴겠지요~?
아니면 쓰레기소각장에서 활활 타올랐다가 한 줌도 안될 재로 변신할까요?
ㅡ 별 걱정을 다한다.
ㅡ 네., 별 걱정을 다해요. 요즘. 그래서 화가 나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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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12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