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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May 04. 2023

커지는 아기집과 작아지는 마음

  '보험금 지급액: 600원'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알림이 왔다. 600원? 뭘로 보험금을 청구했더라 잠깐 생각해 보니 얼마 전 산부인과 임신검진을 받았던 게 떠올랐다. 검사비가 거진 10만 원이었는데 600원은 뭐야, 놀리는 거야? 싶었다. 카톡 메시지에 적힌 보험 담당자 전화번호를 클릭했다가 말았다. 영업시간이 6시까지라는데 끝나기 10분 전에 보험금 지급을 한 것이다. 전화하지 말라는 건가.


  나의 직장은 직원 복지로 단체보험을 들어주는데 개인보험과 다른 점은 임신, 출산으로 입통원 한 것도 실손보험에서 보장해 준다. 올해 임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작년 하반기에 실손보험 포함으로 가입을 해두었는데, 요긴하게 잘 쓰겠다 싶었더니 딸랑 600원이 들어온 거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보험 약관을 구석구석 찾아보고, 같은 검사로 다른 사람은 얼마를 돌려받았나 여기저기 검색해 봤다. 인상을 잔뜩 쓰고 말이다. 


  퇴근하고 온 남편을 만나자마자 와다다 내뱉었다. 작년에 단체 실손보험을 신청했던 현명한(?) 나의 선택에 대해 인정해 달라는 것 절반, 그런데 600원은 뭔가 부당하다는 이야기 절반이었다. 내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던 남편은 딱 6글자로 대답했다. "큰 마음을 갖자." 여전히 잔뜩 인상을 쓰고 있던 얼굴에서 힘이 스르르 풀렸다. 그래, 맞아. 큰 마음을 갖자.


   임신을 확인하고부터 늘 머릿속을 맴도는 주제는 '돈'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1년은 월급이 나온다지만 그것도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올해는 다행히 부모수당으로 70만 원(2024년에는 100만 원)이 나오지만 그것도 1년이 지나면 말도 안되게 줄어든다. 그럼 1년만 육아하고 복직하면 되지 싶다가도, 아이 정서를 위해서는 3년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말에 흔들린다. 말도 못 하고 겨우 걷기 시작한 아이를 어린이집에 홀로 보내는 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큰 마음을 갖자.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은, 돈돈 한다고 돈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10만 원 들어왔다고 가정 살림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 달라질 환경에 자꾸만 풍선처럼 쪼그라드는 마음을 부여잡는다. 아기집의 크기는 날이 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데, 마음은 자꾸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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