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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May 23. 2023

처음 겪었던 임신, 그리고 유산

  "이쯤 되면 애기 심장이 깜빡깜빡하는 게 보여야 하는데."

  이리저리 초음파를 돌리며 무언가를 찾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 그리고 작은 혼잣말이 들렸다.


  '아마 뱃속에서 유산이 된 것 같네..."


  문장이 어떤 의미로 들리지 않고, 단어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질 때가 있다. 도무지 의사 선생님의 말이 나에게 닿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음 주 수술이 가능한 날짜에 다시 오라고 하면서 코로나 검사와 금식도 해야 한다고 했다. 눈물이 나오지도, 심장이 쿵쾅 거리지도 않았다. 유산이라니?


  남편과 차에 타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뽀뽀라는 태명을 붙여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마음이 아팠다.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고 하던데, 작은 세포에 뽀뽀라고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부터 꽤 많은 정이 들었나 보다. 그런데 그 세포가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하니 보내주는 것이 맞았다. 지금 내 뱃속에 있는 건 뽀뽀가 아니라 자라다만 세포일 뿐이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언젠가 다시 찾아오면, 다시 이름을 붙여주리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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