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신혼집

by 지오

우리 부부는 갓 결혼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틈틈이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는 제주에서의 삶을 상상하는 내용으로 제법 가득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말만 하지 말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후, 제주에 가서 살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내 아이는 마을에서 놀다가 밥 짓는 냄새를 맡고 집으로 들어오는 삶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자랐는데 행복한 기억이 많아서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아내의 뱃속은 빈자리인데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삶까지 상상하고 있는 남편이었네요.


아무튼 내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날 마을이 제주였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5년, 10년 후를 계획했습니다. 욕심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내가 제주를 좋아해서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내가 더 좋아했습니다. 해외로 나가고 싶었는데 국내라서 다행이라는 말까지 했으니까요.


제주 이주를 결심하고 주변에 계획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웃기게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의 부모님과 지인들은 하나 같이 아내에게

"지오가 제주에 가자고 꼬신 거 아니야? 지오 때문에 가는 거 아니야? 어려운 결심 했네. 다솜이가 고생하겠어.."



아내의 부모님과 지인들은 저에게 뭐라고 말했을까요?

"다솜이가 제주에 가자고 꼬신 거 아니야? 다솜이 때문에 가는 거 아니야? 어려운 결심 했네."


어쩜 반응이 이렇게 똑같을까요?

우리 부부가 결혼하기 전,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는 반응입니다.


저, 결혼 잘했습니다.





왜 이제야 여기에 왔을까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이 보람으로 느껴졌던



우리의 두 번째 신혼집, 제주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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