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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Jul 29. 2022

두 번째 신혼집

우리 부부는 갓 결혼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틈틈이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는 제주에서의 삶을 상상하는 내용으로 제법 가득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말만 하지 말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후, 제주에 가서 살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내 아이는 마을에서 놀다가 밥 짓는 냄새를 맡고 집으로 들어오는 삶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자랐는데 행복한 기억이 많아서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아내의 뱃속은 빈자리인데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삶까지 상상하고 있는 남편이었네요.


아무튼 내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날 마을이 제주였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일 있겠다는 생각에 5년, 10년 후를 계획했습니다. 욕심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내가 제주를 좋아해서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내가 더 좋아했습니다. 해외로 나가고 싶었는데 국내라서 다행이라는 말까지 했으니까요.


제주 이주를 결심하고 주변에 계획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웃기게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의 부모님과 지인들은 하나 같이 아내에게

"지오가 제주에 가자고 꼬신 거 아니야? 지오 때문에 가는 거 아니야? 어려운 결심 했네. 다솜이가 고생하겠어.."



아내의 부모님과 지인들은 저에게 뭐라고 말했을까요?

"다솜이가 제주에 가자고 꼬신 거 아니야? 다솜이 때문에 가는 거 아니야? 어려운 결심 했네."


어쩜 반응이 이렇게 똑같을까요?

우리 부부가 결혼하기 전,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는 반응입니다. 


저, 결혼 잘했습니다.





왜 이제야 여기에 왔을까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이 보람으로 느껴졌던



우리의 두 번째 신혼집, 제주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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