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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Jul 28. 2022

나는 글을 짓고, 아내는 글을 씁니다

우리 부부는 글을 쓰는데 좋은 조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 전 내가 입과 펜으로 글을 지어 놓으면

아내는 기가 막히게 글을 썼습니다.


사실 글을 짓고 쓰는 일은 혼자가 편합니다. 그래야 온전히 마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샤워를 하다 말고 급하게 나와 물을 뚝뚝 흘리며 책상 앞에서 메모를 하는 저를 아내가 발견했습니다.


아내: "오빠, 뭐하는 짓이야?"

'짓'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무척 놀랐나 봅니다.


남편: "사실은 샤워하다가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데, 좋은 생각이 하나이면 기억할 텐데, 두 개, 세 개가 떠오르는 거야. 그러면 기억을 못 해서 메모하려고 나왔어. 오늘은 세 개였어!"


아내의 반응이 뜻밖입니다.

아내: "그래? 좋다. 쓰고 물기 닦아."

남편: "응!"


혼자 살 때는 화장실 안과 밖, 식탁, 침실, 책상, 운전석 등 손이 닿을 만한 곳에 볼펜과 포스트잇을 두었습니다. 언제든지 메모하고 떼어서 모을 수 있게 말입니다. 결혼 전 집에 아내가 놀러 왔을 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아내: "오빠, 집에 포스트잇이 나뒹굴고, 볼펜도 여기저기에 있네. 정리하자!"

남편: "어? 어? 어... 다솜아, 먼저 놀러 나가자. 오늘 날씨 좋다." 


이제 아내는 저를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결혼 후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입과 펜으로 글을 지어 놓으면

아내는 기가 막히게 메모지를 가져다줍니다.


내가 글을 모아놓으면

아내는 기가 막히게 목차를 만들어봅니다.


내가 글을 써 놓으면

아내는 기가 막히게 오타를 발견합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같이 있어야 온전히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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