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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식탁, 끝나지 않는 무대

by 홍주빛

변화무쌍한 식탁, 끝나지 않는 무대

글/홍주빛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왕비,
주방 불빛 아래
식탁을 차리는 신데렐라가 된다.


입맛을 잃은 노부모,
마지못해 한 숟가락 뜬 뒤
기도하듯 약을 삼킨다.


긴 세월을 견뎌
새 깃처럼 가벼워진 몸,
달콤한 음식도 모래 같다며
웃음 대신 낮은 탄식을 흘린다.


애써 외면해도
먹먹한 안쓰러움이 스며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간식 그릇을 챙긴 뒤,
평안을 빌며
다시 무대로 향한다.


솔톤의 목소리로
하루를 열고,
맛있는 밥을 책임지는
영양교사로 다시 선다.


다채로운 시간,
단 한 번뿐인 순간처럼
공연에 몰입한다.


변화무쌍한 배역,
상대와의 호흡은
관객의 반응보다 앞선다.


오늘도 조명이 켜진다.
식탁 위, 이름 없는 무대에.
나는 오늘도
시시하지 않은 연기를 준비한다.


#작가와 #작가와 출간 20일 프로젝트 #일상의 배우 #영양교사의 식탁 #돌봄의 시간 #신데렐라의 변신

#끝나지 않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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