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바퀴를 돌며

by 홍주빛

마지막 바퀴를 돌며

홍주빛


오래전 운동장의 환호는
이상하게도 지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백군 이겨라, 청군 이겨라—
응원의 함성에
높게 매달린 만국기가
유난히 들뜬 듯, 하늘을 베며 춤추듯 나부꼈다.


바통을 쥔 작은 손은
벗겨질 듯한 고무신과 함께 달렸고,
참아왔던 숨은
다음 주자에게 넘기는 순간
길게 터져 나왔다.


달리기 빠른 친구 덕분에
운동장은 환호로 들끓었고,
비록 졌다 해도
“잘 뛰었다”는 말에
등을 두드리던 손길의 온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운동회는 끝났지만
내 안의 이어달리기는
아직 멈추지 않는다.


그날의 뜨거운 숨결이
오늘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방향을 찾는다.


청색 셔츠의 해야만 하는 일 팀,
게으름의 하얀 셔츠를 입은 팀—
두 팀이 앞서고 뒤서고 엇갈리며
하루라는 운동장을 돌고 돈다.


뜨거운 태양빛은 팔을 당기고
구름 낀 하늘은 발목을 붙잡는다.
그럴수록 나는,
나 자신을 더 앞으로 민다.


결승선에는
호각을 든 선생님 대신
오늘의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내가 거기 서 있다.
가장 엄격한 심판이자,
가장 다정한 응원자다.


이제, 마지막 바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오늘도 나는 숨 가쁘게 달린다.


흙바람이 다시
무너진 마음의 깃발을 세우게 하소서.

출발선에 남겨두고 온
첫 숨결이 되살아나게 하소서.


뛰는 내 그림자가
스스로를 안아주며 말하게 하소서.
“잘 달렸다고,
정말 잘 달렸다고.”


숨이 차도
오늘을
땀 한 방울 아끼지 않으며 더 뛴다.

삶이 기도가 되는 순간을 기억하며-홍주빛의 묵상노트.jpg 삶이 기도가 되는 순간을 기억하며-홍주빛의 묵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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