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빛
영화 세트장 같은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웠다
막연한 공포보다
먼저 스며든 것은
몸을 둥글게 말게 하는
한기였다
이불을 덮어주세요
입 밖으로는 작게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하나님을 불렀다
교수님 오시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말이
더 조용히 들렸다
손목에 마취를
두 번
뻐근했지만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
한쪽 손목만이라 했는데
잠시 생각이 엇갈렸던 모양
다행히 준비 중에
왼쪽만 확인되었다
초록색 부직포가
이불처럼
팔에서 온몸으로 내려왔다
얼굴도 가린 그 천은
수술 장면을 가려주고
추위도 함께 덮어주었다
기다림이 길어질 즈음
선생님의 목소리가
낮고 따뜻하게 닿았다
예쁘게 꿰매 드릴게요
그 말에
두려움도
한기도
조금씩 멀어졌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소리를 밀어내고
호흡에만 집중했다
다 끝났어요
그제야
잡아당기는 감각과
싸한 통증이
조심스레 돌아왔다
오랫동안 아픔을 견뎌오면서도
짧은 통증 하나에
마음을 쥐는 나를 보며
살짝 웃음이 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갔을 이 자리에서
겁내고 망설였을
연약한 순간들 곁에
예쁘게 꿰매 드릴게요
그 말 같은 위로가
지금도
조용히
흐르고 있다.
#조용한 위로 #예쁘게 꿰매 드릴게요 #병원의 말 #작은 위로 #시적인일상 #홍주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