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부엌

부엌은 엄마의 자존심입니다.

by 홍주빛

<프롤로그>

이제는
점심 한 끼 밥상을 차리는 일도
버거워진 엄마.


그 모습이 안타까워
요양보호사를 모시자 권해보지만,
“내 부엌에
남의 손은 들이고 싶지 않다”
손사래를 치시네요.


그 말끝에 맴도는
엄마의 시간과 정성,
추억과 인생이 스민
그 부엌을
조용히 시로 읊어보았습니다.


이제,
엄마의 부엌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엄마의 부엌

홍주빛


스물네 살 꽃다운 나이에

첫선을 본 남자가

첫눈에 반해서

그 자리에서 청혼했다죠.


어여쁜 꽃송이를

누가 따갈 가봐

먼저 찜해놓고 싶어

사진 찍고 침 발라 놓았다죠.


고모를 태워가는 택시가 야속해서

택시 뒤로 돌멩이 던지면서

어린 조카는 소리쳤죠.

“우리 고모, 내놔~”


꿈도 뭐도 다 접고

첫선 본 남자를 따라서

산골짜기로 시집왔다죠.


쌀 한 되에 보리쌀 네 되가

고작인 살림살이.

그나마 살뜰한 남편은

이른 새벽 가마솥에 물을 끓여

새색시 밥할 준비를 해놓았다죠.


연기처럼 매운 시집살이,

쌀 한 줌에 보리쌀로 밥을 지어서

시어머니, 시누이 그릇에만 쌀밥 담고

언제나 보리밥이 제 차지였데요.


남편 출근시키고

밥은 가마솥에 묻어 덥히고

산에 올라 솔가지 꺾어다

아궁이에 생솔을 넣으니

매운 연기 속에서

눈물로

시어머니 밥상 차렸죠.


오십 년 넘게 모시던 시어머니

이젠 하늘의 별이 되었어도

하늘 같은 남편 밥상을 점심마다 차리는데

물색없는 남편은

꼬불랑 할미 밥상 받기 어렵다고

투정 반 미안한 마음 반

어렵게 밥을 삼킨데요.


봄꽃 같던 새색시는

어느덧,

할미꽃이 되었지만

불 피우고 밥을 짓던

그 부엌을 못 떠나고 있답니다.


“엄마, 요양보호사님 부르자–”


“아니, 싫어–”

“내 부엌에

남의 손은

들이고 싶지 않다.”


그러며

손사래를 치시네요.


오늘도

새벽잠이 없는 탓을 하며

부엌으로 나와

쇠고기미역국을 끓여놓고

밥시간을 기다립니다.


부엌은, 어쩌면

엄마의 자존심일지도 모르겠어요.


엄마의 부엌은

문 닫을 날이 없네요.

엄마의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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