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은 오후 12시 50분부터 시작된다.
배식 준비는 보통 정오쯤 마무리되고,
엄마들과 영양사인 나는 먼저 식사를 한 뒤,
식판을 정리하고 배식을 준비한다.
선생님들은 수업이 없거나 끝나는 대로 자율적으로 식당에 오셔서 식사를 하신다.
오늘은 1학년 담임선생님이 가장 먼저 출입문 앞에 모습을 보이셨다.
“1학년 선생님, 어서 오세요!”
나는 밝은 톤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때, 둘째 엄마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선생님, 오늘은 오리훈제야채볶음이에요.
선생님이 오리를 안 좋아하시니까, 매콤볼어묵볶음으로 드시면 좋을 거예요.”
“네, 엄마~”
짧은 인사에 스며든 따뜻함이 식당 안을 채웠다.
엄마 세 분은 학생들의 식습관은 물론, 선생님들의 입맛까지 꿰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는 어쩌다 배식에 참여하니까… 식습관까지 기억해 내기 어려웠지.’
속으로 핑계를 대보았지만,
둘째 엄마는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듯 모든 걸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감정은 질투가 아니었다.
둘째 엄마가 보여준 건 단순한 기억력이 아니라, 동료를 향한 배려라는 선물이었다.
그 순간, 나의 무심함과 그녀의 따뜻함이 선명히 대비되며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진정한 배려는 내가 가진 것으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 김수영,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배려는 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기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문장.
머릿속에 오래 머물렀다.
나는 아직도 배려라는 사랑에 어설프고 서툴다.
하지만 오늘 점심시간, 1학년 선생님과 둘째 엄마의 짧은 대화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배려의 본질을 배웠다.
그것은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작은 기억 하나를 잊지 않는 마음이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누가복음 6:31
배려도 같을 것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기울이면, 언젠가는 그 마음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그 따뜻한 울림을,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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