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간다.
-홍주빛
느닷없는 장대비에
고향을 떠나게 됐나 보다.
다정한 눈 맞춤도 못 한 채
어디만큼 흘러왔던가.
부드럽던 양탄자는
어디로 가고,
꺼끌꺼끌 거친 사막이냐.
사방을 둘러봐도
어디로 가야 할지.
엄마 냄새,
아빠의 잔소리—
그 무엇도 안 보인다.
“저기요, 여기가 어디죠?
집을 찾아주세요—”
못 들은 척 스쳐 가는 바람,
살짝 윙크만 하는 햇살.
“여기야—” 하고
손을 내미는 이 하나 없지만,
괜찮아, 안 무서워—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두 눈을 반짝이며
리듬을 타듯,
자기만의 속도로
조용히, 힘껏 앞으로 나아가는
단단한 아기 달팽이.
그 곁에 나란히 서니
문득 등불이 켜진다.
내 걸음도
조금 느릴 뿐,
충분히 단단하다는 걸.
<작가의 말>
이 시는 느리고, 답답하고, 늘 뒤처진다고만 느껴졌던 나 자신에게 전하는 조용한 위로이자 다짐입니다.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길을 몰라 헤매다가도
나를 믿고 속삭여 보세요.
“괜찮아, 안 무서워.”
그 말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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