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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무서워

느린 걸음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간다.

by 홍주빛

괜찮아, 안 무서워.png

괜찮아, 안 무서워

-홍주빛


느닷없는 장대비에

고향을 떠나게 됐나 보다.

다정한 눈 맞춤도 못 한 채

어디만큼 흘러왔던가.


부드럽던 양탄자는

어디로 가고,

꺼끌꺼끌 거친 사막이냐.

사방을 둘러봐도

어디로 가야 할지.


엄마 냄새,

아빠의 잔소리—

그 무엇도 안 보인다.


“저기요, 여기가 어디죠?

집을 찾아주세요—”


못 들은 척 스쳐 가는 바람,

살짝 윙크만 하는 햇살.

“여기야—” 하고

손을 내미는 이 하나 없지만,

괜찮아, 안 무서워—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두 눈을 반짝이며

리듬을 타듯,

자기만의 속도로

조용히, 힘껏 앞으로 나아가는

단단한 아기 달팽이.


그 곁에 나란히 서니

문득 등불이 켜진다.

내 걸음도

조금 느릴 뿐,

충분히 단단하다는 걸.


<작가의 말>

이 시는 느리고, 답답하고, 늘 뒤처진다고만 느껴졌던 나 자신에게 전하는 조용한 위로이자 다짐입니다.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길을 몰라 헤매다가도
나를 믿고 속삭여 보세요.
“괜찮아, 안 무서워.”
그 말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괜찮아 안 무서워 #느림의 미학 #달팽이시 #감성글귀 #나만의 속도 #위로의 말들 #하루 한 줄 시 #조용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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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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