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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키자 Feb 03. 2021

카카오에는 이병헌과 현빈이 있다

이게 다 디즈니 때문이야

[경제기자 홍키자] 카카오에는 이병헌과 현빈이 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이병헌과 현빈 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은 정말 20번은 본 것 같고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도 10번은 정주행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달콤한 인생>을 처음 접한 뒤 '느와르'라는 장르에 대해서 알게 됐고요. 홍콩 느와르에 빠져 <영웅본색> <천장지구> 등 영화를 줄줄이 찾아봤었죠 ㅎㅎ


현빈의 PD 연기에 빠져서 대학 졸업할 무렵까지의 꿈은 PD였습니다. 결국 언론사 시험 준비를 할 무렵에 금방 포기한 것을 보면, 저는 PD가 하는 일이 아닌, 그사세의 현빈의 이미지를 흠모했던 것 같아요. 


왜 있잖아요. 일에서는 프로페셔널한데, 사랑 앞에서는 찌질하고 속좁은 뭐 그런 모습에 빙의돼있었겠죠. 노희경 작가의 책을 사서 필사했던 것도 다 그사세 덕분이었고요. 


제가 좋아하는 두 배우의 소속사는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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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카카오M입니다.  카카오페이지랑 이제 합병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이겠군요.


이병헌 씨가 속한 BH엔터테인먼트와 현빈 씨가 속한 VAST엔터테인먼트는 모두 카카오M이 지분의 100%를 인수했습니다.


카카오M은 가수·배우 기획사 11개와 공연·영상 제작사 7개를 거느리고 있거든요. 이병헌, 현빈, 송승헌, 이민호, 공효진, 한지민, 김고은, 한효주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톱스타들이 모두 카카오M 소속이에요. 


카카오M이 IPO를 추진하면서 2019년에 이들 소속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고요. 9개월만인 2020년 초에 이미 투자액 대비 50% 이상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죠.


배우 이병헌, 카카오엠 유상증자 참여로 '대박'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31786911


바로 이 지점이 카카오와 네이버가 대표적으로 다른 전략이에요.


네이버는 SM이나 YG에 각각 1000억원씩 투자는 했지만, 회사를 직접 인수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카카오는 대표 연예인을 보유한 1인 기획사 혹은 소속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죠.


그래서 유명 연예인을 자기 회사의 사람으로 만든거예요.


그럼 이게 뭐가 좋으냐? 지금까지는 딱히 뭐가 좋은지 잘 안보였어요. 근데 이제 보입니다. 카카오M이 카카오페이지와 합병한다고 오늘 발표하면서부터요.


카카오페이지에 웹툰과 웹소설 스토리(IP)가 있으니, 이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데요. 카카오M이 보유한 연예인들을 곧바로 출연시킬 수 있는거죠.


아무리 웹툰과 웹소설 내용이 훌륭해도, 연기력이 보장된 유명 배우들의 기가 막힌 연기가 없으면 영상에서는 꽝이죠. 이병헌, 현빈, 공효진, 이민호 등 배우들은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름을 널리 알린 배우잖아요. 이병헌은 헐리웃에서도 알아주고 있고요.


그러니 의미가 있죠. 연기가 보장되고 시장성 있는 배우를 곧바로 투입시킬 수 있으니까요.


콘텐트 근원이 되는 스토리에, 작가나 감독 배우 등을 직접 수급하고 제작한 다음에, 카카오의 플랫폼을 통해 내보낼 수 있는 것이죠. 엔터 산업의 수직계열화예요.


'콘텐츠 공룡' 카카오엔터 탄생…기업가치 최대 10조

https://www.mk.co.kr/news/stock/view/2021/01/80831/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가 드디어 해외 파이프라인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늘 '국내용' '내수용'이라고 비판을 많이 받았잖아요. '카톡말고 뭐 있냐?'는 핀잔이었죠. 이제 뭐 생겼습니다. 


웹툰과 웹소설 기반으로, 영화와 드라마라는 콘텐츠까지 확장성이 더 커졌죠.

네이버와 유사하지만 또 다르죠? 카카오는 '배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성공방정식은 명확히 같습니다.


'웹툰과 웹소설 IP 확보' -> 'IP 기반 드라마&영화 제작' ->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유통' 


요 3단계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죠.


그럼 왜? "왜 요새 국내 기업들이 자꾸 합치고, 인수하고 그러는거야? 카카오와 네이버는 왜 그러는건데?"


디즈니 때문이에요. 디즈니!!!!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한국에 상륙하잖아요. 이미 넷플릭스 땜에 작년에 왕창 손해봤는데, 올해 콘텐츠 제왕 디즈니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세요. 디즈니플러스가 한국말고 전 세계를 먹는다고 생각해봐요. 아직 OTT 시장이 완벽히 판이 짜여지기 전에 비집고 들어가야죠. 우리 몫은 챙겨야죠. 


그래서 다들 합병하고, 인수하고 난리인 겁니다. 기업의 액션은 언제나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죠. '생존'. 생존을 위해 확장을 하든지, 축소를 하든지. 넓히든지 좁히든지. 모든 이유가 '생존'입니다.


<달콤한 인생>이나 간만에 들춰봐야겠습니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홍키자 #카카오 #이병헌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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