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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Sep 24. 2021

재가입률 60%, 멤버들이 주인이 되는 커뮤니티


시즌3 모집 오픈!!!


창고살롱 시즌3 모집이 시작됐다. 나는 이 글을 제주에 있는 한 에어비앤비에서 쓰고 있다(마무리는 서울에서 ㅎㅎㅎ).


3개월 전에도 나는 제주에 있었다. 창고살롱 시즌2가 마무리될 때쯤이었다. 보름간의 휴가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간 후 첫 줌 회의. 창고살롱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 창업자들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번아웃이 더 심각한 것 같다고,
아무래도 조금 쉬어가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움 반, 당황스러움 반. 모니터 너머 나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빛이 생생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울면서 상태를 고백하던 날, 혜영님의 폭탄선언이 있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해외 발령으로 2년간 가족과 함께 베트남에 가야 한다고.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미 우리는 100% 온라인, 100% 유연/재택근무 체제로 일하고 있었다. 출국 준비와 입국 후 적응 과정에서 공백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 후에는 괜찮지 않을까. 이미 나는 몸과 마음이 망가진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폭탄 하나쯤 더 받아 든다고 해서 크게 나빠질 것도 좋아질 것도 없었다. 그냥 상황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시즌3 주제 ‘멈추면, 알게 되는 것들’


밤 10시에 시작하는 멤버십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건 남들이 일할 때도 일하고 남들이 쉴 때도 일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창고살롱이 없었던 3개월. 밤 시간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무엇보다 밤에 푹 잘 수 있어서 좋았다.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싶었다. 8월부터는 기획을 준비해야 하는데 좀처럼 에너지가 생기지 않았다.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또다시 너무 잘하고 싶어질까 봐. 또다시 나를 갈아 넣게 될까 봐. 그러다 결국 나가떨어지게 될까 봐.


시즌3 주제는 진작부터 정해졌다. ‘멈추면, 알게 되는 것들’.


@창고살롱


번아웃, 건강 문제,  임신, 출산, 가족 돌봄… 창고살롱에는 일과 삶의 변곡점에서 다음 방향을 고민하는 3040 여성들이 많이 모인다. 공통점은 다들 참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참 많다는 것. 한 멤버는 말했다. 다른 곳에서는 내가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데 창고살롱에서는 다들 해보라고 응원한다고.


으쌰 으쌰.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보니 어느 순간 다들 무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멤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정규 살롱 이외에도 소모임 살롱에 몇 개씩 참여하고, 창고살롱 밖에서 다른 일을 또 벌였다. 일상을 성실히 살고 있는 한 멤버가 “창고살롱에 오면 내 자신이 나태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 레퍼런서 멤버들은 충분히 열심히, 잘 살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위해 필요한 건 뭔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춤'이었다.


멈춤은 살롱지기들에게도 필요했다. 시즌2를 진행하면서 살롱지기들 모두 크고 작게 건강 위험 신호가 왔다. 혜영님의 출국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던 건 어쩌면 이 멈춤이 또 다른 변화의 기회가 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일하는 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잠시 멈춘 여자들의 서사


지영님과 만난 날. 시즌3를 향한 열쩡!


주제는 정했고 이제 프로그램과 세부 디테일을 짜야할 차례. 또다시 완벽하게 잘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그럴수록 자꾸만 마음이 붕 떴다. 그때 창고살롱 프리시즌부터 시즌1, 2를 함께 해준 지영님을 만났다. 시즌2에서 ‘9번의 이직, 1번의 창업’이라는 제목으로 레퍼런서 살롱 발표를 하기도 했던 지영님은 최근 또 한 번의 퇴사를 하고 그동안 취미로 했던 미술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시 장소는 창고살롱 시즌1,2 멤버인 두란님이 운영하는 ‘고마워서 그래’ 오프라인 매장. 정말 못 말리는 레퍼런서 멤버들이다.


지영님은 말했다. 살롱지기들이 모든 걸 다 하려 하지 말고 최대한 레퍼런서 멤버들의 도움을 받으라고. 시즌3에서 뭔가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시도하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바꾸며 실험을 해보라고. 지영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제야 현실에 발을 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또 너무 욕심을 내고 있었구나. 미팅 후, 인성님과 시즌3 목표를 정했다.


-도움을 받자
-공력을 줄이자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스토리 살롱 작품을 정하고, 레퍼런서 살롱 연사 섭외를 시작했다.


@창고살롱


-더 많이, 더 완벽하게 일하려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건강 문제 때문에 나를 살리는 작은 습관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기 시작한 찬이님 

-9개월의 백수 기간 동안 50개의 이력서를 쓰고 10번의 최종 면접을 보면서도 자기 주도권과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지희님

-하버드 교육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TO-DO로 가득 찬 삶을 살다 이제는 매일 아침 글을 쓰며 질문하는 삶을 살고 있는 현직 전업주부 윤승님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잘하기 위해 창업을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번아웃을 겪은 후 나의 욕망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게 된 나.


이렇게 4명의 여성이 레퍼런서 살롱에서 각기 다른 ‘멈춤’의 경험과 의미를 들려줄 예정이다.


줌으로 진행한 사전 인터뷰 과정은 그 자체로 치유의 시간이었다. 시즌1 레퍼런서 멤버였다가 시즌3에 다시 합류하게 된 지희님은 말했다. 지난해 겨울, 퇴사하자마자 창고살롱과 함께 3개월을 보내면서 ‘창고살롱에서 만난 언니들처럼만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창고살롱에서의 경험 덕분에 백수 생활을 조급해하지 않고 잘 보낼 수 있었다고. 시즌2 '공식 울보'였던 찬이님은 창고살롱이었기에 자신의 취약함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었다고 말했고, 미국에 있는 윤승님은 사전 미팅을 앞두고 구글 문서 한 가득 이야깃거리를 정리해 왔다. 다들 어찌나 풍성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지. 레퍼런서 살롱을 4번밖에 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뭐든 해봐도 괜찮아


@창고살롱


이번 시즌에서는 멤버들이 주도하는 소모임 살롱을 대폭 확대했다. 서사 공유, 책모임, 워크숍, 리추얼… 시즌1,2에 참여했거나 시즌3에 참여 예정인 레퍼런서 멤버들이 직접 진행하는 소모임 살롱 라인업을 보는데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어른이 된 후에는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뭔가를 시도해 보는 게 쉽지 않다. 성과를 내야 할 것만 같고 어설프면 안 될 것 같다. 이때 필요한 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볼 수 있도록 찔러주는 동료다.


망하면 어때. 못 하면 어때.
여기서는 다 괜찮아. 한번 해보자.


창고살롱에서는 레퍼런서 멤버들이 소모임 살롱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취향을 공유하고,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한다.


이런 느낌은 아니지만…


신기한 건 이거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쿡쿡 찔렀을 때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는) 안 하겠다는 멤버는 거의 없었다는 것. 찬이님 레퍼런서 살롱 제목처럼 필요한 건 이미 다 우리 안에 있다. 살롱지기들의 역할은 기획을 좀 더 뾰족하게 다듬고 할 수 있다고, 해보라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뿐이다.


참고로, 살롱지기들이 현실 감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지영님은 시즌1,2 레퍼런서 은애님과 함께 ‘당신의 해시태그’라는 제목의 소모임 살롱을 워크숍 형태로 진행한다. ‘프로 일 고민러’ 두 사람의 콜라보가 궁금하다.


기획하고 진행하는 멤버의 수고를 고려해 소모임 살롱은 멤버십 비용 이외에 1인당 최소 1천 원~2만 원의 비용을 책정한다. 처음에는 멤버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일방적인 재능기부와 노쇼를 막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렇게 퀄리티 높은 소모임을 이 가격 내고 참여해도 되느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모임 살롱을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실험해 본 레퍼런서 멤버는 살롱IN살롱을 통해 외부 오픈 세션을 진행할 수도 있다(글쓰기 살롱을 비롯해 새로워진 살롱IN살롱은 시즌3 시작 후 모집 예정이다).


창고살롱 시즌1 멤버 가운데 시즌2도 함께 한 멤버는 60% 가까이 된다. 홍보 계획을 세우면서 시즌 1,2에는 창고살롱이 어떤 곳인지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3에는 레퍼런서 멤버들의 서사를 더 많이 담으려 했다. 창고살롱에서는 레퍼런서 멤버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다.


@창고살롱


여기까지 써 놓고 보니 세 명의 살롱지기들이 해야 할 일은 정말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레퍼런서 멤버들이 창고살롱 안에서 진솔하게 대화하고 뭐든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신나게 판을 깔아야지.


아, 그리고 시즌3부터 창고살롱 정규 살롱은 밤 9시에 시작된다. 우리의 숙면은 소중하니까. 다시 보기 영상도 제공 예정.


자세한 시즌3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아래 클릭. 10월 10일까지 가입 가능하다.


*레퍼런서 멤버 후기


@창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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