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강연
창고살롱 레퍼런서 살롱 강연 내용을 동료 인성님이 멋지게 정리해 줬다. 누군가의 서사를 정리하는 일은 많이 했지만 막상 누군가 이렇게 내 서사를 정리한 글을 보는 게 낯설기도 하고, 나를 객관화해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11월에만 두 개의 강연을 했다. 레퍼런서 살롱에서는 ‘번아웃 관통기’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한 공공기관 육아휴직 복직자 대상 사내 교육에서는 ‘너무 지치지 않는 일과 육아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강연과 간단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덕분에 육아휴직 복직 이후 4년의 시간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난 4년간 두 번의 퇴사와 한 번의 이직과 한 번의 창업을 했다. 첫 직장 9년 다닌 사람 치고는 격동의 시간. 쉬면 큰 일 나는 사람처럼 뭘 이렇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과거의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숨 막히기도 하고. 다행스러운 건 나의 지질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ㅎㅎㅎ)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었다는 것. 발표를 하는 시간보다 내 이야기가 마중물이 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좋았다. 그 또한 내게 위로였다.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기지만, 대개는 어떤 패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 게 아닐까?...(중략)...그런 패턴을 확인할 때 스스로가 작아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내가 했던 고민을 먼저 한 사람들이 있고, 내가 했던 고민을 다시 시작할 사람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가벼워지는 것이다."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