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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Sep 18. 2019

4년 만의 이사, 남편의 오열

안녕, 서교동 204호-그 남자 시점

“아침에 아빠가 슬퍼해서 날날이가 뽀뽀해줬지?” 남편과 아이는 둘만의 비밀 이야기를 나누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날 아침 있었던 일을 남편이 글로 써서 보내줬다. 이별은 남편도 글쓰게 한다.

남편과 같은 집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시간의 의미까지 같지는 않았음을 느꼈다. 최소한의 수정을 거쳐 글을 싣는다.


“문 부수는 거 싫어!”


라고 하면서 현관문 앞에서 누르지도 못하는 현관 비밀번호 케이스를 여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우리 집에는 문이 3개 있다. 빌라에 들어오는 1층 문, 우리 집에 들어오는 현관문 그리고 신발장 앞에 있는 안전문. 아들이 부수는 게 싫은 건 안전문이었다.



언제나 우리집의 배경이 되었던 안전문


어릴 때 기어서 신발을 빨고, 걷고 나서 혼자 문을 열고 나가는 게 두려워서 설치한 안전문은 아이들이 열 수 없도록 어려운 방식으로 조작을 해야 했다.


아들이 태어나고 설치한 뒤 안전문은 3년 가까운 시간을 지키고 있는 우리 집의 일부였다. 슬퍼하는 아이에게 “더 멋진 새로운 문을 만들면 되지”라고 겨우 설득하고는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아들의 울음은 좀 잦아들었지만 차에 타서 카시트 벨트를 매면서도 “헤어지는 거 싫어” “문이랑 헤어지는 거 싫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참고 있던 눈물이 맺혔다. 아들의 탄생과 함께 했던 그 문이, 또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들을 만들고 키우고, 헤어짐을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키워놓은 이 공간과 헤어지는 것이 내게도 힘든 일이었다.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행복했던 순간


겨울엔 춥고, 여름에는 더운 낡은 벽돌집이었던 신혼집의 계약기간이 끝나 부동산을 알아보며 소개받은 지금 이 집을 보고 한 시간도 안 되어 이 곳에 살기로 결정했었다.


이사가던 날


물론 전세가 메마른 2015년 여름이었지만 빨간 벽돌 빌라를 벗어나서 주차장도 있는 신축빌라로 이사하면서 (아파트도 아닌 조그만 신축 빌라여서 여기저기 말하기는 부끄러웠지만) 부인과 나 우리 둘은 너무 행복했었다.


커다란 안방에 커다란 마루에 일층에는 인터폰도 있고 세탁실도 따로 있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회사를 그만뒀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아들도 생겼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돼서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모두 여기 서교동에서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일인 것 같다.(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 4년이 된 지금 난 또 이사와 이직을 함께 한다. 2015년 여름도 같은 상황이었을 텐데도 이번에는 마음이 더 짠하다. 더라고보다는 너무 짠하다.


“아빠도 헤어지는 거 싫어!” 하면서 아이와 함께 울었다. “아빠 좀 안아줘”라고 하니 날 꼭 안고 뽀뽀까지 해주는 아이 때문에 눈물이 더 멈추지 않았다.


감정을 조금 추스르고는 “이사 가는 데가 더 좋은 것도 있을 거야”라고 아들에게 말했지만 나 스스로도 믿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안녕, 그때의 나


안전문이 사라진 현관


헤어짐은 나에게 언제나 너무 힘들다. 헤어짐과 상실의 감정이 왜 이리 내게 큰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다른 사람보다 더 크게 느끼는 건 확실하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고 내가 왜 항상 우는지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다.(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항상 헤어지더라 친구와 주인과 특히 과거의 나와…)

헤어짐이 힘든 내게 동시에 이사와 이직을 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가혹행위겠지만 왜 또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집 앞에 있던 치킨집 우동집 편의점 그리고 눈으로만 감상하던 놀이터와 가로수까지도 그리울 것 같다.


이들은 그대로 있겠지만 또다시 올 수 있겠지만 떠난 내가 이전처럼 그때의 그 기분처럼 다시 이곳에 올 수는 없을 테니깐.


이때의 나도 안녕.



안녕, 서교동 204호-그 여자 시점


https://brunch.co.kr/@hongmilmil/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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