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유기견, 한 마리 더 입양하다

by 홍난영

(2018. 3. 2.)


이젠 '제주 강아지, 탐탐' 대신에 '제주 강아지, 탐탐이와 제제'로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한 마리를 더 입양했고 제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탐탐이는 나의 성을 따서 홍탐탐, 제제는 요술상자의 성을 따서 김제제다. 탐탐이는 탐라의 탐이고 제제는 제주의 제다. ^^


둘은 친남매 사이다. 한배에서 나온 녀석들이란 뜻이다. 쌍둥이라고 해야 맞는 건가? 아무튼. 둘은 서호동 다리 밑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그들은 2017년 12월 4일에 보호소에 맡겨졌고 2017년 12월 21일에 탐탐이만 데려왔다. 그때 왜 탐탐이만 데려왔냐면 강아지를 키우는 게 처음이라 두 마리를 모두 케어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데리고 오지 못한 수컷 녀석이 계속 눈에 밟히는 거다.


동물보호센터에 있는 애들은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안락사시킨다. 그 때문에 탐탐이를 데려온 후에 유기동물 앱인 '포인핸드'를 지웠다. 녀석의 죽음을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요술상자와 녀석을 데려올까 의논을 했었다. 용기를 내어 '포인핸드'를 다시 깔고 찾아봤더니 녀석이 다행히도 보호 중이었다. 포인핸드는 3개월 동안만 공고를 하는 듯했다.


오늘, 혹시나 해서 다시 찾아보니 녀석은 공고 맨 아래에 있었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녀석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된다. 물론 전화 등을 하면 알 수도 있겠지만 언제까지나 보호소에서 데리고 있진 않을 것이다.


결심했다. 데려오기로.


오전에 전화해서 녀석을 확인하고 입양 가능한지 물어봤다. 가능하다고 했다. 탐탐이를 데려올 때 임시로 썼던 목줄을 가져갔다. 탐탐이도 데려갔다. 탐탐이의 남매니까. 요술상자가 입양 절차를 받는 동안 나는 탐탐이와 근처를 산책했다. 저 멀리 젖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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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둘을 만났던 2017년 12월, 보호 센터 분들은 탐탐이를 여동생이라 하고 녀석을 오빠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 집에 들어온 순서라며 탐탐이가 누나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녀석의 덩치가 훨씬 컸다. 털도 깎아놔서 마치 군대 제대한 오빠 같은 느낌. ㅋㅋㅋ 그래서 오빠라고 해주기로 했다.


007.jpg 포인핸드의 제제. 지금 얼굴에도 어릴 적 모습이 그대로 있다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녀석들. 탐탐이는 처음에 컹컹 짖었다. 하지만 동물병원으로 향하는 차 속에선 둘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008.jpg 좌 제제 우 탐탐


병원에 가서 보니 제제는 눈과 귀가 살짝 안 좋았다. 애가 순해서 보호소 내에서 얼굴을 물리기도 했단다. 상처가 조금 있었다. 탐탐이도 순한데 제제도 순하다. 남매 맞나 보다.


009.jpg 동물병원에서 제제


귀 치료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총 4회 병원에 다녀야 한다. 암암. 탐탐이는 거의 매일 2주를 다녔는데 그 정도야. 몸무게는 무려 6.4kg. 탐탐이보다 약 1.5kg이나 많이 나간다. 덩치도 약간 더 크긴 하지만 뱃살이 포동포동~ 아마도 산책을 못 다녀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제제부터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수컷이다 보니까. 선생님은 귀 치료가 목숨을 좌우하는 게 아닌지라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면 다음 주 치료받으러 올 때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때 남아있는 송곳니 유치도 뽑게 될 것이다. 그 이후에 예방접종을 하게 될 듯.

참. 요술상자 말에 의하면 올 3월까지 한시적으로 유기견을 입양하면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에 최대 10만 원까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제제는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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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제대로 만난 녀석들은 남매의 정을 나눴다. 반가워. ^^


집에 와서는 탐탐이가 약간 텃세를 부리긴 했다. 하지만 이해한다. 여태까지 집과 장난감과 방석 등이 모두 자기 것이었으니까. 아무리 오빠라도 자기 것,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제제는 매우 우울한 모습으로 간식도 배변패드 위에 올라가서 먹고 휴식도 배변패드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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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속 관찰해보니 탐탐이는 제제와 놀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달이란 시간은 꽤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탐탐이는 착실하게 교육받았지만 제제는 그렇지 못했다. 탐탐이는 자존감 뿜뿜이었고 제제는 그러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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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웃겼던 건 방석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다는 거다. 탐탐이 입장에선 뺏기는 거니 기분 나빴겠지. 방석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다. 미안해. 갑자기 결정된 거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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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둘의 밥그릇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주기로 했다. 지가 남기는 건 어쩔 수 없어도 말이다. 탐탐이가 제제의 밥을 노릴 때도, 제제가 탐탐이의 간식을 노릴 때도 바디블로킹으로 각자의 밥그릇은 지켜줬다. 요술상자표 애견 수제 간식을 처음 먹은 제제는 사료보다 간식에 더 탐을 냈다. 덩치가 있어서인지 먹는 속도도 탐탐이 보다 빨랐다.


014.jpg 닭발 간식을 득템한 제제


탐탐이가 자기 물건 뺏겼다고 속상해할까 봐 단독 산책을 나갔다. 스트레스 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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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도 엉겨 붙어있는 통에 제제에게 '프론트라인(외부구충제)'을 못 발라줬는데 간신히 떼어놓고 발라줬다. 탐탐이가 핥아먹으면 안 되니까. 지금은 제제는 내 방에, 탐탐이는 거실에서 각자 자고 있다.

뭘 하려고 하면 둘이 우르르 몰려다닌다. 제제가 이 공간이 낯설어서 탐탐이의 장난을 못 받아주고 있지만 익숙해지면 매우 친하게 지낼 것 같다.

이제. 야식과 외식은 안녕. 대폭 줄여야겠다. 여차하면 식당 알바라도 해야 할 듯. 홍탐탐, 김제제! 같이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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