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탐탐이와 제제 #77 배변에 예민한 강아지

by 홍난영

(2018. 3. 14.)


-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탐탐이와 제제는 늘 남의 것이 더 커 보이는 모양이다.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버리고 상대방 것을 뺏는다. 그런데 둘이 똑같이 그러기 때문에 장난감이 크로스 된다.


- 배변에 예민한 강아지


모른다. 제제의 과거를. 태어나서부터 탐탐이와 함께 있던 보호소에서의 3주, 그리고 탐탐이만 입양한 후 홀로 보냈을(물론 보호소 내에는 많은 강아지들이 있었겠지만) 두 달의 시간을 모른다. 녀석이 무엇을 어떻게 먹었을지, 어떻게 잤을지, 어떻게 쌌을지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모습을 보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입양 첫날, 녀석은 저녁에 부엌 근처에 한 무더기의 끙아를 쌌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충분하다는 말보단 그럴 것으로 예상했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쉬야는 두 번째부터 인가 배변패드에서 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컷의 특성상 서서 쏴를 하기에 여기저기 튀었고 벽에 부딪혀(우리의 경우는 벽이 김치냉장고였다) 바닥이 새어 나오는 일도 많았다. 당연했다. 잘 모르니까.


탐탐이와의 경험이 있어서 한 번도 큰소리치지 않고 묵묵히 치우며 나름의 배변 교육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제제가 자기 쉬야를 치우는 우리 곁에서 서성거리는 거다. 그 후엔 쉬야를 하는데 무척 고민하는 듯했다. 여기에 쌀까, 이렇게 쌀까? 내 생각엔 그걸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집에서 쉬야든 끙아든 통 하질 않는다.


중성화 수술받은 날과 그다음 날 새벽에 카펫에 쉬야를 한 것을 끝으로 집에서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일이 많으면 하루에 한 번만 산책을 가기도 하는데 그때 몰아서 싼다. 우리는 묵묵히 치운다고 치웠는데 녀석 입장에선 뭔가 불안했나 보다.


오전 산책을 나가서 밤새 참았을 쉬야를 했다. 그리고 끙아. 내 보기엔 마려운 것 같은데 편안하게 싸질 못하고 계속 장소를 고르는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산책 매니저로 앞서가는 녀석들을 관찰한 결과 알 수 있게 되었는데 녀석들이 끙아가 마려울 땐 똥꼬가 확장되면서 벌게진다. 그러면 어김없이 끙아를 한다. ㅋㅋㅋ


제제는 끙아 기미를 보였는데 한참을 있다 고르고 고른 장소에서 경우 끙아를 했다. 예민한 녀석. 노는 것과 달리 배변에 무척 민감하구나. 하기사 나도 다른 건 태평 그 자체인데 화장실 문제만큼은 굉장히 예민하다. 제제에 반해 탐탐이는 소심한 편인데 배변 문제는 제제보다 훨씬 대범(?)하다. 얘는 미용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제 장소에서 배변을 다 가렸다. 물론 아무 데나 싼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제제보다는 대범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리.


실외 배변을 선택한 녀석을 실내 배변으로 유도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한다. 가급적 하루에 1~2번은 데리고 나가려고 하지만 비가 하루 종일 온다거나 하면 그게 어려울 텐데 걱정이다.


- 미용 스트레스?


지난주 금요일에 미용을 했으니 오늘로 5일째다. 처음보단 좋아졌지만 아직도 빌빌거리고 있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열거해보자면 이렇다.


1. 담요를 덮어달라고 눈으로 요청한다. 우리는 그걸 용케 캐치했다. 우리도 신기하다.

2. 대부분 탐탐이가 제제에게 먼저 장난을 걸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제제를 피해 다닌다. 제제가 넥칼라를 하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3. 내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긴다.

4. 헛짖음이 늘었다. 다른 개를 보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엄청 짖는다. 바디블로킹도 먹히지 않는다.

여전한 건 잘 먹고 잘 싼다는 거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


▼ 담요를 두른 채 내 책상 밑에 숨어있는 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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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마다 적응 시간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강아지는 2~3일 만에 기운을 차린다고도 하고 어떤 개는 한 달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탐탐이의 경우 서서히 나아지고는 있지만 꽤 오래갈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산책도 하루에 두 번씩 시키고 있다. 얼른 기운 차렸으면 좋겠다. 스트레스가 풀리면 짖음 문제도 좀 나아질까?


- 화북포구에 가다


사실 내가 바다가 보고 싶어서 갔다. 애들에게 바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제주에서 태어난 녀석들이지만 바다는 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차로 10분 정도 가면 화북포구가 나온다. 와, 역시 바다다. 바다 냄새가 물씬 났다. 녀석들은 바다의 냄새를 맡고 너른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왜 좋아하는지 정확한 포인트는 모르겠다. 그냥 나와서 좋아했을 수도. ㅋㅋㅋ


▼ 바다를 보는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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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탐탐 우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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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포구를 나와 마을을 걷는데 동네 큰 개 한 마리가 등장. 길 건너편에 묶여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덩치에 압도당했는지 제제는 깜짝 놀라 나동그라지듯 도망가려 했고 탐탐이는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다. 탐탐이가 짖으니 그제야 제제도 따라 짖고, 건너편 큰 개는 '쟤네 왜 저래?'라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제제는 바디 블로킹으로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듯했으나 탐탐이는 막아서도 틈으로 보면서 미친 듯이 짖어대는데... 이 현상은 얼마 전 산책 때도 일어났던 거다. 아무리 말려도 들어먹지를 않았다. 허, 무서우면 우리 뒤에 숨기라도 하지 막는 걸 굳이 보려 하면서 짖어대는지. 앞에 갖다 놓으면 찍소리도 못 낼 거면서.


이게 미용 스트레스 때문인 건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엄청 소심하고 겁이 많아 엄마들 옆에 끼고 마구 짖어대는 건지. '와 보라구! 야야 너 드루와~ 드루와~' 이런 식으로. 괜히 있어 보이는 척하면서. 흥.


아무튼 이 때문에 평온했던 산책은 깨져버렸고 급히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바다는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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