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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Apr 02. 2019

동네 무밭에 염소가 등장했다

나는 어떤 쓸모가 있을까?


겨울 내내 무밭 옆으로 강아지들과 산책을 다녔다. 그러더니 한 달 전쯤? 무청만 싹 잘라갔고 남은 무들은 흙더미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배낭에, 비닐봉지에 뒹구는 무들 중 성한 것을 챙겨가는 것 같았다. 제주에선 '파치'라 불리는 것들인데 나도 두어 개 가져가 볼까 하다가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그만두었다. 


그런데 오늘은 밭에 염소 두 마리가 와 있는 거다. 산책하는 우리를 보며 음메~~~ 처음엔 암수 한쌍인가 싶었는데 한 마리가 덩치가 작은 것을 보니 어미와 자식인 것 같기도 했다. 


잘 보면 보인다. 염소 두 마리.

염소가 무를 먹나? 저 밭의 무를 다 먹어치우라고 데려다 놓은 건가? 그렇다면 저 많은 무를 언제 다? 


집도 없던데 비라도 오면 어떻게 하지? 물은 있는 건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축'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가축은 인간에게 '쓸모'다. 인간의 삶에 이득이 되기에 동물을 가축화시켰다. 무밭의 염소도 분명 그런 용도일 것이다. 


개도 처음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집을 지키거나 사냥에 도움이 되거나 등등등. 그러다 서서히 그런 쓸모보다는 '반려'로서의 쓸모가 더 커져서 반려동물이 되었을 거다. 어찌 됐건 쓸모는 쓸모다. 좀 씁쓸해지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회에서 인간 역시 쓸모가 없으면 내쳐진다. 


나는 어떤 쓸모가 있을까? 


얼마 전에 <집사부일체>에서 박진영이 출연하여 이런 말을 했다. 


1. I want to be... (수단)
2. I want to live for... (꿈)


나 스스로가 나의 쓸모를 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2번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사십몇 년을 헤매다 '강아지'라는 곳에 도착했다. 나의 꿈은...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위해 사는 것이 곧 나의 쓸모가 아닐까. 


무밭 염소를 보다 별 생각을 다 한다. 


무밭과 탐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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