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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Nov 08. 2020

강제 산책의 묘미

내 생에 있어서 이렇게 많이 걸어본 적은 없다. 그것도 매일매일. 


나는 게으른 편이고 방콕 하길 좋아하며 하기 싫은 일은 각종 핑계를 대며 어지간하면 안 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최근 2년은 정말이지 신발 바닥이 빵꾸나도록(진짜로 빵꾸났다!) 매일 걸어 다녔다. 추워도, 더워도.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를 키우면 인생이 바뀌는 게 되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산책이다. 강아지 산책을 시키려면 아무리 피곤해도, 아무리 덥고 추워도 무조건 나가야 한다. 


산책 못하는 강아지, 주주를 제외하면 세 마리가 정기적으로 산책을 나가야 한다. 그것도 두어 달부터 세 마리지 블랙이라는 아이를 임시 보호하고 있을 땐 네 마리였다. 가끔 또 한 마리를 임시 보호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다섯 마리이기도 했다. 


한 마리당 적게 잡아도 20분. 길면 40분. 퉁 쳐서 30분이라고 쳐도 네 마리면 2시간, 다섯 마리면 2시간 30분이다. 얘들을 데리고 산책 나가면 하루 1만 보는 거뜬하다. 최근엔 임시 보호하는 강아지가 없어 1시간 30분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하루 8 천보 이상은 걷는다. 


강제 산책이다. 


웃길라고 '강제'라는 말을 썼지만 사실 대부분은 강제가 아니다. 정말 나가기 싫을 때는 강제로 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긴 하다. 


덕분에 운동을 한다. 그리고 일을 하다 머리가 띵해질 때 애들을 데리고 나가면서 리프레쉬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 


가끔 소풍도 간다. 자주 못 가서 미안하지만 1인 1견으로 차 타고 나가기도 한다. 혼자 하는 소풍보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소풍이 더 재미나다. 강아지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 주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녀석들의 모습을 볼 때면 참 흐뭇하다. 


이것이 강제 산책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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