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구조, 안락사 직전의 블랙이를 구출하다

by 홍난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했던 일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사진을 찍어 나름의 입양 홍보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아이들 중 '블랙'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블랙이는 2018년 7월에 4개월령 추정으로 보호센터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뭔가 불안한 듯, 사진을 찍어도 숨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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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입양될 가능성이 높다 판단된 애들은 공고기간이 훨씬 지난 후에도 계속 보호센터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 블랙이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7월에 들어와 여름, 가을을 보내면서 나름 우리와 친해졌다. 봉사를 갈 때마다 '블랙아~' 이름 불러주고, 사진 찍어주면서 예뻐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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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을 피해 다니며 우울한 표정을 짓던 녀석이 어느 순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보호센터 생활에도 익숙해진 것이다. 나중에는 우리를 알아보고 반기기도 했다.


블랙이는 사람으로 치면 '참견쟁이'였다. 남이 뭘 하면 뭐하는지 본인도 알아야 했고 참견하고 싶어 했다. 크면서 성격도 활발해져 갔다. 그러니 참견의 액션이 점점 커졌을 테다.


보호센터에 들어오는 애들이 여유가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남자애들이다. 그런 애들이 한 공간에 있으니 서로 예민해졌을 거다. 그런 와중에 블랙이는 참견하고 다닌다. 성질을 못 이긴 무리들은 싸우기 시작했다. 블랙이가 다치기도 했고, 상대 개를 다치게도 했다.


결국... 블랙이는 안락사 대상에 올랐다. 보호센터 내 다른 강아지들에게 위험요소가 된다 판단된 개체는 안락사 대상이다.


0ACFDF3B-E4C8-4EFF-8B41-02D234DDC447.jpeg 격리된 고글이(왼쪽)와 블랙(오른쪽)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블랙이가 공격성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놀자고, 또는 참견하다 그리 된 것을 말이다. 소식을 듣고 블랙이를 데리고 나오기로 했다. 블랙이가 별이 되도록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제제프렌즈는 이제 갓 시작한 단체. 이런저런 네트워크도 없는 가난하고, 작은 단체일 뿐이었지만... 그야말로 '에라, 모르겠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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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임시보호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이어졌다. 무려 1년 7개월. 지속적으로 입양 홍보를 했지만 까만 애여서 그런지, 중형 믹스견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가 잘 데리고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인연이 없었다.


정말 심각하게 입양을 고려했던 적도 있다. 제제맘이 특히나 블랙이를 더 예뻐했기에 훨씬 더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각각 두 마리의 반려견이 있었다. 1인 3견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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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블랙이는 1살 생일을 맞았고, 2살 생일도 맞이했다. 아마 우리 집 아이들도 블랙이를 식구로 인지했을 거다. 그 사이에 여럿 임보 강아지가 왔다 갔다 했지만 블랙이만큼은 계속 우리 집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블랙이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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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의 입양을 위해 캐릭터를 만들어 머그컵, 보틀 등의 후원굿즈도 만들었고 플리마켓에 나가 블랙이의 입양을 홍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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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내 국내 입양은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를 따로 다시 할 예정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블랙이가 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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