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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Dec 22. 2021

눈치(?) 보며 개똥 치우기

강아지 산책 코스 중 하나로 우리끼리 '삼각지'라고 부르는 곳이 있습니다. 삼각형 형태로 잔디밭과 나무 등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에요. 


어제는 제제와 함께 삼각지로 산책을 갔습니다. 신나게 뛰어노는데 안전조끼를 입으신 분이 다가옵니다. 


저는 안전조끼 입으신 분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분은 개와 함께 산책하면 꼭 '똥 치우라'고 하시거든요. 매번 똥을 치우는데 왜 저럴까, 기분이 안 좋았지만 자기 개가 싼 똥을 안 치우고 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오해가 풀렸습니다. 


하지만 똥치우라는 소릴 듣는 건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제제와 산책 도중 안전조끼의 그분을 만났을 때 뭐라 그럴까 봐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그 찰나, 제제가 똥을 눕니다. 타이밍 참 죽입니다. 


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똥을 주워 담습니다. 그러곤 힐끗 그분이 있나 살펴보는데 안 보입니다.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셨을까, 두리번거려도 안 보였습니다. 이제는 그분이 어디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참 저란 사람도 웃기지요. 그게 왜 궁금할까요. 


그랬는데... 세상에. 저 멀리서 쉬야를... 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여자분이셨습니다. 물론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볼 일을 보셨지만 전 굳이 또 찾느라 그 광경을 보고 만 것이지요. 


네. 이런 분, 저런 분 다 계십니다. 똥 치우라는 분도 계시고 본인이 직접 쉬를 하시는 분도 계시는 거겠죠. 


생각해보니 그분들을 위한 화장실은 존재하지 않나 봅니다. 그것도 문제네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변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의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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