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쉼터 아이들 이야기
비양이의 존재를 알게 된 건 한림쉼터 리더를 맡은 지 2주쯤 지났던 2022년 4월 23일.
그날, CCTV 작업이 있었는데 살아있는 전선이 견사 안에 방치되어 있어 급하게 기술자님께 건네주러 견사로 들어가다 강아지 한 마리를 놓쳤다.
녀석은 정말 요리조리 피하면서 절대로 잡히지 않았다. 리더를 맡은 지 얼마 안 됐기에 다른 아이와의 사이를 잘 몰라 비양이가 무사히 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결국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쉼터에서 밤을 새울 순 없었으니까. 밤을 새운다고 잡히면 모르겠지만 그럴 리가 없어 보였다.
다음 날 보니 비양이는 무사했다. 그렇게 비양이는 견사 밖, 하지만 쉼터 안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렇게 강렬하게 내 머릿속에 들어온 비양이는 절대 가까이 오지도 않았다. 아무리 간식을 흔들어도 오지 않았다. 오긴커녕 당시 쉼터에 피어있던 유채꽃 사이에 몸을 감추고 숨어 지냈다. 하지만 계속 쉼터에 가면서 비양이는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어랏, 저 인간 계속 오네? 그랬을 거다. ^^
비양이는 이제 간식을 달라고 다가왔다. 물론 아직 쓰다듬거나 몸을 만지지는 못했지만 꽤나 큰 발전이었다. 그래서 감격해서 영상을 하나 올렸었다. 한림쉼터 유튜브를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비양이는 겁이 참 많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스스로 다가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그게 어디 억지로 되는 일이던가.
그런데 얼마 전인 2022년 10월 20일. 그날 봉사하러 오신 봉사자분의 제보로 비양이가 다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 비양이는 개집에 들어가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웃으면서 간식 달라고 다가오는데 그날은 많이 아팠던 것 같다.
사진 상으로는 꼬리 안쪽에 상처가 있어 보였다. 우리는 꼬리 안쪽의 상처를 알 수 없었습니다. 만질 수도 없는 아이의 꼬리를 들춰볼 수는 없으니까.
당시 나는 원더라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있었기에 비양이의 상처를 발견한 봉사자분은 비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주셨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꼬리며, 엉덩이며 곳곳이 괴사된 것 같다며 입원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소견을 들었다.
아... 너무 놀랐다. 괴사라니… 단순한 상처일 거라 생각했는데 곳곳이 괴사라는 말에 까마득해졌다. 그동안 비양이는 얼마나 아팠던 것일까, 그 아픔을 감추고 해맑은 얼굴로 다가왔었던 건가?
우리는 바로 제주시내 협력 병원으로 이동하여 입원시켰다. 그리고 수술을 했는데… 정말로 꼬리는 중간중간이 괴사 되어 절단할 수밖에 없었고 털을 민 엉덩이도 상처가 심했다.
선생님 말씀이 지속적으로 누군가에게 물린 것 같다고 했다. 바로 치료받지 못해 곪고... 결국 어떤 곳은 괴사가 진행된 것이다.
비양이를 괴롭힌 그 누군가가 도대체 누구일까. 비양이는 혼자 견사 생활을 하는 게 아닌지라 그 누군가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누구든,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비양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정말 미안했다. 더 빨리 알았으면 다치지 전에 격리를 했을 텐데. 너무너무 미안했다.
비양이는 쉼터에서 어떤 아이였을까? 궁금해서 ‘한림쉼터 밴드’에서 비양이를 검색해봤다. 몇 개의 게시물이 나왔는데 비양이는 2019년에도 쉼터에 있었고 그때도 누군가에게 목 뒤를 물렸던 것 같다.
그리고 2021년에는 바베시아 치료도 받았던 모양이다. 비양이가 그간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수술 전 키트 검사에서 바베시아 음성이었다.
어제, 입원해있는 비양이를 만나고 왔다. 여전히 겁보이지만 산책은 좋아했다.
짧아진 꼬리가 너무 안쓰럽다. 안 그래도 소심하고 겁보인데 꼬리로 의사표시까지 못하게 됐으니 이를 어쩌나... 이제는 우리 비양이가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