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0)
‘포인핸드*’를 열었다. 거기엔 작고 하얀 강아지를 보호 중이라는 공고가 있었다. 순간 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유기동물 상황을 보여주는 앱. 전국 소식을 다 볼 수 있다.
우리는 견종과 나이는 상관없었지만 소형견이었으면 했다. 마당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포인핸드'에 등장하는 제주의 유기견들은 대부분 덩치가 컸다. 그렇게 앱을 살펴본 지 어언 6개월, 2017년 여름에 한 마리를 보았으나 날이 너무 더웠고, 집엔 에어컨이 없었기에 미안해서 차마 데려올 수가 없었다. 마음을 졸이며 그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를 살펴봤는데 다행히도 입양되었다.
그리고 겨울. 드디어 소형견이 등장한 것이다. 어쩐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6개월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바로 전화를 했고 찾아가게 되었다. 입양을 위해서는 목줄과 신분증을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급한 대로 다이소에 갔는데 녀석을 못 봤으니 덩치도 알 수 없다. 3.5kg이라는 몸무게 정보만으로 소형견용 목줄을 하나 사서 유기동물센터로 갔다.
아, 그런데 그날(수요일)은 입양이 안 되는 날이라 했다. 안내받지 못했다고 하니 강아지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녀석. 남자 형제 한 마리와 함께 서귀포시 서호동 어느 다리 밑에 버려졌단다. 직원은 두 마리 다 데리고 나왔는데 남자애는 더 활발했고 여자애는 더 소심했다. 여자애를 원한다고 하자 녀석을 요술상자의 품에 안겨주었다. 가만히 안겨 있던 녀석은 품을 파고들며 폭 안겼다. 요술상자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녀석의 심장 소리. 두근두근. 조용히 품에 안겨있던 녀석. 어쩌면 우리가 녀석을 택한 것이 아니라 녀석이 우릴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녀석을 입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고가 났다. 내가 화장실에 있는데 깨갱 깨갱 소리가 크게 났다. 급히 나와보니 간식을 먹던 녀석이 옆에 있던 큰 개에게 얼굴을 물린 것이다. 요술상자가 그 상황을 봤었는데 몸 전체가 들릴 정도였다고.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나는 뚝뚝 떨어져 있는 핏자국과 건물 밖으로 도망친 녀석의 모습을 보았다. 녀석은 많이 놀랐는지 불러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컹컹 짖기만 했다. 동물센터 분들은 괜찮을 거라고, 나중에 스스로 돌아오면 잘 치료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도망친 녀석을 다시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