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제작소(5화)

악보 제작소

by MRYOUN 미스터윤

석재가 아무리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더 이상 문무왕은 흙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팔보에 의해서 옥에 갇힌 석재는 자신이 괜한 심부름에 나와서 이 몹쓸 수왕산에서 봉변을 당한 것이라고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태식이를 탓할 수도 없었다. 석재는 자신의 다리가 길어서 이곳까지 온 것임을 알았기에 걸음 보폭만 믿고 목적지를 찾아온 자신의 우둔함을 원망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정옥희는 옥 문 앞에 서 있던 거인 팔보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고서 석재가 갇혀 있는 옥에 왔다. 옥희가 석재에게 말했다. "이 보시게 나 알아보시겠는가?"


석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앉아있다가 옥희의 말소리에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누구시지요?", 옥희는 석재에게 대답했다. "지난 며칠 전에 일본인 장교와 함께 있었던 여인이네..."


석재가 말했다. "아!.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때 장교를 은장도로 죽인 그 여자... 저를 죽이려고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오? 저리가시오! 저는 죽을만한 잘못을 한 것이 없습니다."


옥희가 다시 말했다. "내가 그날 전해준 종이에 적힌 '수왕산'이라는 곳이 바로 여기였네..."

석재는 대답했다. "뭣이라고요? 그럼 저에게 이렇게 험악하고 무서운 곳으로 오라고 하셨던 것입니까요?"


옥희는 석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했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일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네. 하지만 백성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네", "암튼 며칠만 옥 안에서 견뎌주면 살아서 바깥으로 나가서 해와 달, 그리고 공기를 느껴보는 날이 반드시 올 거야... 그러니 기다려 주시게나..."


그렇게 옥희는 석재에게 말을 건넨 후, 자신이 일하는 장소로 돌아갔다.


옥희가 걸어간 곳은 수 십 명의 여인들이 붓으로 해와 달, 새와 나무 등을 그린 후에 다양한 색의 물감을 사용하여 칠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남성들은 악보 음계를 그렸고, 그 아래에는 가사를 적었다.


옥희가 일하는 곳은 바로 악보를 만드는 제작소였다.


이렇게 음계가 그려진 종이에 여인들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을 겉표지로 사용하여 헌권의 책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옥희는 고등보통학교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었기에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곤 했었다.


결국 이곳 악보 제작소에 들어와서 옥희가 하는 일은 책의 표지나 음계가 들어가는 종이에 각종 문양을 넣고 그림을 넣는 등의 삽화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악보에는 특별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고 그러한 방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고용된 사람들이 있었다.

특수 업무를 위해서 이들은 특별한 훈련을 받은 자들로 문무왕의 흙집과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고 있었다.


악보의 계이름과 음표를 갖고 숫자로 복호화를 하거나 숫자나 문자를 다시 계이름과 음표로 암호 표기하는 등의 일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며, 숫자 계산이 빨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특수임무를 맡은 자들을 통해 오선지에 필요한 계이름과 음표가 정해지고, 그런 이후에 그리는 표기 작업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악보에 들어가는 삽화와 책 표지 그림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알려야 할 시간과 장소가 전달된다.


이 수왕산 자락에 집결되기 이전부터 이 문무왕의 부하들은 악보를 통해서 미국과 일본과 같이 외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서 일제의 눈을 피하여 교신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왕산에 터를 잡은 이후부터는 보다 체계적으로 악보를 제작하고 배포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 중에 있는 비밀 결사대와 수시로 연락을 해 오고 있었다.


문무왕은 이러한 특수임무를 맡은 조직원들을 '천리안'이라고 불렀다. 그는 흙집에서 나와서 곧바로 천리안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적어서 암호화를 해 달라고 했다.


- 나의 사랑하는 동포들에게 전하노라. 대한제국의 백성들이 간사한 새치의 혀를 놀리는 자들로 인하여 곤욕을 당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 놈처럼 개명을 한 뒤에 부를 취하여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다. 또한 대한제국의 중대한 일을 일본 놈들에게 고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수왕산 호랑이가 그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


그렇게 저녁시간이 되었다.


문무왕은 천리안이 있는 공간에서 나와서 걸어가다가 옥에 갇혀있는 석재를 보았다. 얼마 후에 문무왕은 부하를 시켜서 악보에 그림작업을 하고 있던 정옥희를 불렀다.


정옥희가 문무왕이 있는 곳으로 와서 말했다. "성주, 부르셨나요?", 문무왕이 대답했다. "저 자에게 먹을 것과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주어라. 행세를 보아하니 족히 열흘을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살았던 것 같구나."


최근 석재는 거의 매일같이 술에 빠져서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씻지도 않았고 옷도 항상 같은 옷만 입고 살아왔다. 그러한 모양새를 확인한 문무왕은 측은지심이 생겨서 정옥희를 통해 자비를 베풀어 준 샘이다.


그렇게 정옥희는 저녁거리와 옷을 석재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연재소설 '악보 제작소(제6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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