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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지에 그려진 사랑(6화)

꿈나무 거리의 만남

by MRYOUN 미스터윤

지혜는 오늘 진수성찬을 받은 것 같이 평소보다 고급진 음식을 먹게 된 것 같아서 처음 만나 본 사장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창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고 나서 테이블 위에 있던 빈 국립음대 출신의 음악가의 CD앨범을 CD Deck에 넣어서 플레이를 하였다. (잔잔하게 시작되는 쇼팽의 곡 - Chopin Nocturen in B flat minor, Op9 no1)이 들린다. 그리고 화면은 집 주변을 드론으로 띄운 것처럼 야경을 보여고 있다... 고요하면서도 잔잔하게 들려온다) 그러다가 침대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 버렸다.(지혜는 너무 고단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기지개를 킨 후, 좌우로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 가운데에는 벨베데레 궁전이 보였으며, 새 한 마리가 집 앞 건너에 지붕 위에 앉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침 날씨가 화창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제 만났던 Jason이 생각났다. 그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저는 미술 전공하고 학교에서 전시기획 공부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를 생각하는 동안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 쇼팽의 곡 - Chopin Nocturen in B flat minor, Op9 no2 #)


한국에서 쏘야(소시지 야채 볶음)를 잘 만들어서 친구들하고도 먹었던 생각이 났다. 지혜는 갑자기 "오늘은 내가 쏘야볶음 요리사...)라고 하면서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음식을 만들 재료들을 물로 씻은 다음 식탁 위에 놓고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2년 간 오스트리아에 온 뒤에는 직접 수프도 잘 만든다, 그리고 계란을 풀은 뒤에 빵을 적당히 적셔서 프라이팬에 두른 후, 오늘은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쏘야볶음을 아침식사로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지혜는 어제 자전거를 빵집 앞에 세워두고 온 것이 생각났고 지혜는 혼자 중얼거리기를 "아... 맞다 오늘은 그냥 걸어서 가야겠네...".


지혜는 오늘부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예정이었기에, 방에 있는 몇 가지 연주용 악보를 챙겨서 서둘러 나왔고 빵집 앞에까지 걸어서 간 다음, 다시 헬멧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이동해서 움직였다.


빈 국립음대는 규모가 컸기 때문에 지난 1년을 다니면서도 신학기에 연습과 아르바이트 생활로 바쁜 나머지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전 10시 반부터 수업이 있고 오후에 연습실에서 연습할 시간까지는 남아 있던 관계로 캠퍼스 구경을 하기로 마음먹고 교정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과 수업을 듣는 제1예술관부터 오케스트라 실내 연주를 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있는 제2예술관까지 대략 300미터 정도 거리에 있으며, 그곳을 가는 길에는 분수대와 야외 음악당, 세계를 빛낸 연주자의 동상까지... 정말 볼거리가 많은 곳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특히 이곳은 많은 입학생들이 이곳을 지나가면서 자신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다 굳게 다짐하고 열정적으로 학업과 연습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 주는 곳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 거리를 "꿈나무 거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혜도 입학생으로 한번 걸어가 본 후에는 이 "꿈나무 거리"를 다시 한번 걸어가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수업과 연습은 제1예술관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고, 교수님들도 제1예술관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분 정도 느린 걸음으로 걸었을까, 제2예술관 입구에 도착했다. 정말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은 제2예술관에는 유명 음악인들이 연주했던 사진들이 1층 로비를 채우고 있었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받았던 상에 대한 설명까지도 적혀 있었다.


지난 2003년과 2005년도에는 한국인 최초로 빈 베토벤 국제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부분 최고영예의 대상을 수여하였다. 아마도 한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꿈꾸고 연주회로 성장하면서 받고 싶어 하는 상일 것이다.

1층 로비를 지나서 좌측에는 무대홀인 제1공연장이 있으며, 우측에는 리허설 준비를 위한 소규모 무대인 제2공연장이 있었다. 제2공연장은 1층으로 만들어진 연습실인데 비해서 제1공연장은 실내가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부 인테리어가 웬만한 콩쿠르 연주홀과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우하하고 멋지게 된 곳이다.


제1 공연장을 구경하고 있는 동안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제2공연장 문 앞쪽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는 소리가 들렸고, 지혜는 이번에도 궁금한 나머지 제2공연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 수업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 있던 터라 수업에 참관을 위해서 조용히 뒷줄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청강하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워낙 학교에 재직 중이신 음대 교수님들이 많다 보니, 지혜 역시 처음 보는 교수님이었고,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수업시작 전에 말씀을 하신다고 하면서,...


"학생 여러분 오늘 수업은 지난주에 이미 공지가 나간 것처럼,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제자가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해 주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면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것이었고, 10초가 지났을까... 웬 남자분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지혜는 갑자기 숨이 머질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아! 바로 그 남자였다. 2년 전 소매치기로부터 지혜의 가방을 찾아주고 또한 며칠 전에 콩쿠르 공연장의 연습실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진행하였던 공현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것이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엄청난 박수와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고, 특히 여학생들은 공현수가 들어오자마자 난리가 난 것이었다. 걸어오면서 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친 후, 연주를 시작하기 시작하였고,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의 박수 함성은 조용해진 것이다. 그가 연주한 곡은 파가니니가 쓴 곡이었다.(무대 중앙에 파가니니가 살아 돌아온 듯한 기분을 들게 되는 연주의 장면이 연출된다)


5분 정도 연주곡이 끝나자, 다시 박수갈채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처음에 들어오셨던 교수님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공연장을 뒤로하고 나가셨다.


공현수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공현수 (Gong)입니다. 반갑습니다". "앞에서 제 소개를 해주신 교수님은 바로 5년 전 이 학교에서 제게 바이올린을 대하는 태도와 연주자가 가져야 할 성품에 대해 가르쳐 주신 분이십니다" "그 당시 학생들에게 파가니니의 천재성을 배우기보다 그의 열정을 배우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지구상의 0.001%의 천재적 연주자를 닮기 위해서 노력하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의 학생시절의 열정을 갖고 필드에서 연주자 생활을 하시면, 이미 제2의 파가니니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


지혜는 그가 공연장에 들어와서 연주 후에 이어서 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멋지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친 것이다. (앞에서 경청하던 학생들이 맨 뒤에 앉은 지혜를 쳐다본 것이다)


지혜는 혼자 크게 반응을 한 것 같고 미안해서,,.. 종종걸음으로 뒷문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남자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잠시만요,..", "혹시 바이올린 가방은 어디서 사야 가장 튼튼한가요?" 현수가 물었다.


시간이 2년이 지났는데, 내 얼굴을 기억한 것일까? 지혜는 너무 놀라고 황당한 질문에... 이 애 못 들은척하고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현수는 학생들에게 남은 예기를 들려준 후, 수업을 마친 것이다.


지혜는 제2공연장을 나와서 다시 제1공연장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으며,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 나머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내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다시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지다니,... )


--> 연재소설 '제7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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