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홀 단독공연
얼마 지난 후, 학생들이 모두 퇴장하자, 현수는 지난 2년 전에 이 공연장에서 연습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파가니니 곡 중 하나를 연주하는 과거의 현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그 공연장 내부를 한 바퀴 돌면서 가다가 바닥에 웬 악보집이 떨어진 것을 보게 되었다...(그 악보집 뒷 쪽에는 전에 수잔이 남겨 놓았던 카페 주소와 연락처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현수는 우연히 거리에서 가방을 빼앗긴 지혜를 보았던 시간이 2년이나 지났지만, 기억한 것이다
(기억하면서, 혼잣말로... 똥 머리하고 만났을 때가 더 이뻤는데,... 하하...)
그 악보집이 수업에 들어왔던 지혜의 것임을 알아채고 다시 돌려줄 생각으로 연락처로 전화를 했는데, 그곳은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고 오후에 시간이 되면 방문할 생각으로 가방 안에 잘 챙겨서 넣은 후, 학교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제1예술관으로 돌아온 지혜는 현수를 만난 오전의 일이 자꾸 생각이 났지만, 곧바로 있을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하여 강의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지혜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수잔이 교수님을 만나고 나가던 중이었던 것이다.
(독일어로) ”안녕, 지혜~ 어제 카페는 들렸어? “ , 지혜가 대답한다. ”응. 어제 들려서 사장님 잘 만나고 오늘 저녁부터 아르바이트 시작하기로 했어... 고마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서... “
수잔은 ”그래, 지혜야. 이번에 아르바이트하면 휴대폰도 새로 구입하고, 편하게 연락 줘!~“
”그래, 담에 보기로 하자... “ 지혜는 수잔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곧바로 강의장에 들어갔다.
오늘 수업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 대한 이론 수업이었기에 학부시절에 배운 내용의 연장선이었다. 다만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지혜에게는 보다 폭넓은 음악의 역사를 다시 이곳에서 배우게 되었다.
이제 1년 남은 석사과정과 그 이후 최고연주자 과정을 위하여서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전념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장학금도 받아야 하고 할 것이 너무 많은 지금,.. 그런데 자꾸 파가니니 연주하던 공현수가 생각이 난다. (내가 왜 이러지?) 이건 내가 아닌데,...
오후 피아노 실기 수업과 개인별 연습을 하기 전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서 교내 연주회 일정을 확인하고자 지혜는 곧바로 학과 사무실로 찾아가게 되었다.
보통 교내 연주회는 제2예술관에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며, 대부분의 악기가 함께 진행되는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대부분이고 단독 연주회는 첫 번째는 교수님의 추천이 있어야 하고 다음 두 번째는 심사를 하는 교수단의 평가에서 80점이 넘어야 한다. 기악 전공하는 석사과정에 있는 학생이 대략 2천 명 정도 되고 분기마다 1회 심사가 있다 보니, 첫 번째 교수님 추천은 한 클래스에서 5%도 미만이다.
학년과는 무관하게 신입생부터 신청할 수 있으나, 대부분 교수님이 2년째 접어든 기악 전공학생들을 우선 추천하여 심사를 받도록 하는 중이다. 물론 최종 심사에서 통과가 되어 콘서트홀에서 연주회가 결정된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지도 교수님을 통한 연주곡을 같이 정하게 되고 기자단에게 홍보가 되기 시작하며, 한 학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도 중요하지만, 교수님들 심사를 통과된다는 것은 교수님들 기억에 남게 할 수 있고 최고 연주자 과정을 들어가는 길이 좀 더 수월할 수 있게 된다.
”(독일어로) 안녕하세요, 저는 피아노 전공하고 있는 김지혜 학생입니다 “, ”혹시 올해 제2예술관 콘서트홀 재학생 심사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 학과 사무실에 있는 교직원에게 물어본다.
교직원은 지혜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네, 안녕하세요. 올해 심사는 3월과 5월, 9월과 11월 이렇게 4회 진행이 되네요... “. ”교수님 추천이 되면 추천서와 심사요청서를 작성하셔서 제출하시면 교수님들 심사대상으로 접수해 드립니다”, 지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번 뵙겠습니다”
지혜는 필요한 내용을 확인한 후, 나왔다. 실기 강의를 들어가기 전에 연습실 사물함에 넣었던. 피아노 교본을 챙겨서 교내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본인의 피아노 책은 항상 학교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개인 사물함에 항상 보관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어느덧 시간이 2시가 되었고 오후 연주 실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번 수업은 피아노과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곡을 교수님 앞에서 실제 연주하고 그분들에게 마스터 지도를 받는 것이다. 교수님은 40대 중반의 여성분으로 10대 중반부터 전 세계를 다니며 연주를 하신 유명 피아니스트이다. 한국에서도 초청 연주를 하셨던 분이다. 지혜가 가장 닮고 싶은 연주자이기도 하다.
오늘 연주는 세 명이 진행하게 되고 지혜는 두 번째 연주를 하게 되어 있다.
첫 번째 연주자는 일본에서 온 유학생으로 이번 학기에 함께 수업을 듣게 된 학생이다.
연주곡은 리스트의 곡을 선택해서 시작했다. 부드러운 연주가 시작되었고 학생들은 숨죽이며, 학생의 연주를 경청하면서 자신들 연주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5분 정도의 연주가 마치자 교수님 얘기가 시작되었다.
“좋아요, 그런데 35마디 크레셴도 앞부분에서는 최대한 리타르단도로 유지하다가 메조포르테로 시작하여 36마디에서 포르테로 들어가면서 풍부한 소리가 들리도록 하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해볼까요?
일본 학생이름은 “유이”. 저번학기에 교수님에게 추천을 받아서 단독공연 심사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교수님의 요청에 의하여 유이는 다시 한번 곡을 처음부터 다시 연주하게 되었고, 기가 막히게 35마디 전 리타르단도와 메조포르테, 포르테로의 연결을 마무리하였다.
이제 다음은 내 차례이다.
지난 실기 수업에서 연주했던 베토벤의 열정의 후반부를 오늘 연주하기로 하였다.
--> 연재소설 '제8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