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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산 Nov 19. 2023

부소담악

“부소담악“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에서 무언가 멋진 경치가 연상된다.

그뿐 아니라, 경치에 어울리는 전설이나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지고 인터넷에서 부소담악을 찾아보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는데, 그 말처럼 기대했던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것을 보면 부소무니 마을 앞 물 위에 떠 있는 산이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잔뜩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경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부소담악은 본래 산이었다.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산 일부가 물에 잠겨 바위 병풍을 둘러놓은 듯한 절경이 만들어졌다.

예전에 우암 송시열 선생이 금강산을 축소해놓은 것 같아 소금강이라 노래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절경이었던 터라 그런지 물에 잠기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부소담악의 멋진 경치를 남겨 놓았다.  


  


부소담악은 ‘용이 호수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형상’이라고 표현한다.

대청호에 떠 있는 부소담악을 보면 그 표현이 정말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어떤 대상을 보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부소담악을 보면서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잉크를 사용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땐 수업 시간에 펜촉을 꽂은 펜대나 만년필을 주로 사용했다.

심심하면 그릇에 물을 담아 그 위에 잉크를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놀기도 했다.

물 위로 둥글게 떨어진 잉크가 수면을 번져나가는 게 꽤 재미있었다.

그게 재밌어 자리를 옮겨가면서 연달아 잉크 방울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런 추억이 있어 그런지 대청호에 떠 있는 부소담악이 물 위에 떨어진 잉크 방울처럼 보였다. 

 

   


부소담악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병풍바위로 길이가 700m에 달한다.

부소담악을 사진으로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 멋있어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멋진 경치를 대하는 사람들의 눈이나 생각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 때문인지 가을도 한풀 꺾여 끝물에 들어선 주말인데도 부소담악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차들이 도로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섰다.

저물어 가는 가을의 막바지 경치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부소담악은 복잡했다.

사진으로 이미 마음을 빼앗겼지만, 이렇게 사람까지 많으니까 기대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을 따라 부소담악을 걸었다.

최종 목표는 용의 머리까지 가보는 거였다.

다들 하는 이야기지만, 올가을은 이상하리만치 단풍이 예쁘게 물들지 않았다.

철이 살짝 지나긴 했지만, 부소담악의 단풍도 제대로 물들지 못하고 시든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맑고 푸른 대청호와 그 위에 떠 있는 부소담악의 멋진 경치가 있어 아쉬울 게 없다.

부소담악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추소정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참으로 좋았다.

대청호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시원하고 편안해진다.

거기에 주변 경치까지 보태지면서 눈부신 가을 햇살만큼이나 아름답다. 


     


용의 모습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아야 용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용의 등에 올라타서는 용의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한다. 

부소담악을 걷는 건 용의 등에 올라탄 모양새다. 

부소담악을 나와 데크 길을 걸어 부소담악 맞은편으로 가면 사진에서 보았던 부소담악의 멋진 경치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아쉽다.

대청호의 수위가 높아져 부소담악의 바위 병풍이 물에 많이 잠겼다. 

사진에서 보았던 부소담악의 경치가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경치도 좋지만, 바위 병풍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 모습과는 그 멋과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언젠가 다시 와야 할 이유와 명분을 안고 부소담악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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