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티아 Nov 20. 2021

비행기 화물칸에 실려 서울에 입성한 망고

홍시와 망고, 서울에 오다.

도저히 안 되겠다. 나 혼자 외로움은 어찌해 보겠는데, 타국에서 외로워하는 망고를 혼자 놔둔 채 일만 하며 지내는 생활을 그만두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은 후부터 일사천리로 일은 진행되었다.

한국에 있는 남편에형식상으로는 상의였으나  알고 보면 통보 비슷한 걸 하고, 가게를 부동산 시장에 내놓고, 국제 이삿짐센터며 비행기 티켓 등을 알아보았다. 망고를 데려가기 위해 어떤 수속과 서류가 필요한 지도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하진 않았다.

망고는 몇 달 안에 자신에게 긴 고난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지 못했고,

나 또한 망고가 화물칸에 실려 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었다.


일단, 출국 날짜를 정하면 비행기 회사에 전화를 해서 그 날짜에 강아지 한 마리를 동반할 수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비행기 한대당 실을 수 있는 동물의 마리 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미리 확인을 하고 비행기 표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가 원하는 날짜에 다른 예약된 동물이 없어서 바로 티켓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망고의 체중이었다. 기내에 탑승할 수 있는 무게는 KAL인 경우, 켄넬 포함 7kg 이하이다. 망고는 6.2에서 6.4 kg 정도의 무게가 나갔는데, 거기에 아무리 가벼운 켄넬이라 하더라도 500g짜리는 없을게 뻔하니, 총 무게 7kg이 넘어 버린다.    망고는 폐쇄된 공간을 싫어해서 켄넬 조차 거부하는 아이인데, 얘를 켄넬에 넣어서 화물칸으로 14시간의 비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켜볼까'가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산책하고, 간식은 딱 끊고, 밥 양도 줄이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는 아주 위험발상이었다. 강아지의 1kg은 사람처럼 금방 빠질 수 있는 무게가 아닌 데다가,  표준 몸무게인 망고가 1kg을 뺀다면, 자칫 건강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음으로, 제일 가벼운 기내용 강아지 가방을 검색해 보았다. 아무리 가벼운 가방이라 할지라도 1kg이 넘었다. 할 수 없이 망고는 백 그람의 차이로 화물칸에 탑승해야만 했다. (한 달 전에 동물 병원 선생님으로부터 종이 박스로 된 일회용 켄넬도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이 사실을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런데 기내에 같이 탄다 해도, 숨 쉴 수 있는 구멍이 있는 천가방이나 켄넬에 완벽히 들어가 있어야 하며 의자 아래 자리에 놓아두어야 하고, 무릎에 가방을 올리고 앉아있을 수도 없고, 강아지의 머리를 잠시 빼주는 일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방법 역시 같은 공간에 있다는 안도감 외에 강아지의 공포심을 덜어 주기는 역부족인 셈일 거라고 나는 나 자신과 망고를 위로했다. 그리하여 넉넉한 사이즈의 켄넬을 일찌감치 사서 거실의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놓아두고, 망고의 켄넬 훈련을 시작했다. 두 달이 다 되어 가면서 망고는 차츰 안에 들어가 간식도 먹고, 엎드려 있다 나오기도 하는 친밀감을 보여줘서, 조금은 안심을 하게 되었다.


켄넬에 적응 중인 망고 2017년 12월


또 하나의 숙제는 광견병 중화 항체 검사 결과가 포함된 검역 증명서를 받는 일이었다.

당시 내가 일하는데 정신이 팔려 망고의 예약된 광견병 접종일에서 3개월 정도가 늦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항체 수치가 기준(0.5 IU/ml 이상)에서 미달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수의사는 망고가 계속 광견병 주사를 맞아왔기 때문에 다음 접종일에서 조금 늦었어도 항체는 정상으형성되어 있을 거라고 날 안심시켜 줬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두 달 내내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결과는 수의사 말대로  만족스러운 수치였고, 난 망고의 올 A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준비를 잘 마치고, 이사를 도우러 한국에서 온 남편과 새벽에 일어나 렌터카에 짐을 싣고, 망고와 켄넬을 태우고 세 시간을 줄곧 달려 시카고 공항에 도착했다.  마지막 용변을 공항 근처 자투리 잔디밭에서 누인 후, 벌써 눈치를 채 무서워하는 망고의 엉덩이를 억지로 켄넬 안으로 밀어 넣어 문을 닫자, 항공사 직원이 바로 켄넬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았다. 멀어져 가는 켄넬의 모습을 보며 망고가 잘 버티어 주기를 눈물을 삼키며 기도했다.


시카고 공항 잔디밭에서 마지막 용변 후. 2018




최근에 뉴스에서 비행기 화물칸 내 동물이 머무는 곳의 사진을 보았다. 켄넬 문 앞을 하얀 천으로 가려서  화물칸과 분리를 시켜 놓았고, 켄넬이 움직이지 못하게 안전띠를 매어 주었다. 항공사 직원에 의하면 온도 조절을 해주어서 춥지 않을 거라 했는데, 단지 천으로만 분리되는 공간에서 동물 칸만 어떤 식으로 온도 조절을 한다는 건지 좀 의아스러웠다.


망고가  16시간(비행시간 + 웨이팅 시간) 이상을 엄마인 나와 떨어져 저기서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쿡쿡 쑤셔왔다.  사진을 만일 그 당시에 보았더라면, 아마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망고를 7kg 이하로 만들어 기내에 같이 탑승하려 했을 것 같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있을 때, 친절한 직원이 망고를 카트에 실어 데려왔다.

얼른 망고를 살펴보았다. 켄넬 안에 물과 좋아하는 간식을 넣어 주었는데, 망고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대소변 또한 보지 않았다. 당시 망고는 6살, 건강한 편이었으므로 신체적으로 큰 무리는 없었던 거 같다. 그렇지만 얼마나 긴장했었을까.  눈은 초췌하고 바들바들 떨며 울음소리를 내는 망고를 부리나케 꺼내 안았다.

'힘들었지? 고생했어. 그래, 그래, 잘했다. 잘 와서 다행이야! 우리 여기서 잘 살아 보자! 여기선 외롭지 않을 거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격의 상봉을 마치고, 우리 세 식구는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국의 2월 저녁 바람이 찼지만, 내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망고와 나는 이렇게 서울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 도착 한 달 후. 2018.3.


'Dogs have given us their absolute all.

We are the center of their universe. We are the focus of their love and faith and trust.'

                  - Roger A. Caras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