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무관심한 시선과 어색한 공기를 이겨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 발자국 그들의 곁으로 더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과 내가 말할 수 있는 것들 사이의 간극을 좁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잘 수행해 내면 콘텐츠에 힘이 실리고, 온기가 더해지며 결국 우리의 '스토리'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나는 그 과정에서 낙담하고 만다. 언어의 장벽에 지나치게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체득된 K-장녀의 자아가 '정답이 아니면 이야기하지 마! 사람들이 관심 없어'를 외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건 다르기 때문에 관심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만들어낸 상황이 아닌가. 우리는 달라서 아름다운 거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가치와 필요도 생기는 것인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남들과 어떻게든 같아 보이려고 애쓰는 마음이라니. 이 불안하고 낮은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자존감의 부족인지,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열등감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살아온 삶과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위한 기초가 부족함은 분명하다.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을만한 어조로 이것을 담아내기에는 단어도 표현도 또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부족하다. 거기에 문화차이가 더해지며 또 내가 가진 지식의 부족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자신감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시간이 약이고 답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온갖 낯선 것들 사이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금이 가장 많은 걸 배우고 체득할 수 있는 시기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국에 오게 될 모든 게 익숙하고 편해지는 시점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조금 늦어도 좋으니 찬찬히 마주하고 싶다. 이룰 것들은 때가 되면 이뤄질 테니 조금 더 천천히, 이 불안과 불편들을 감수해 보겠다. 목소리를 낼 용기 따위,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것만 해도 나는 조금 문화적인 다양성을 체득하며 현재와 과거의 삶에 골고루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