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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심 May 02. 2020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열한번째 밑줄


몇 년 후 막냇동생이 아들을 낳았다. 나는 조카를 위해 구슬백 일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게라도 엄마의 존재를 모두가 기억했으면 했다.


외삼촌의 결혼식

•그림 1•화장대와 청첩장
화장대에는 재미있고 신기한 물건이 많이 있어요.
이건 청첩장! 외삼촌이 곧 결혼하거든요.

•그림 2•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바르고 장난치는 아이
송이는 립스틱을 발랐어요. 입술이 커진 것 같아요.
빨간 매니큐어를 바르고
손가락을 후후 불었어요.

•그림 3•화장대 옆의 보물 상자
“엄마, 이 상자는 뭐예요?”
“보물 상자야. 외할머니가 쓰던 물건이 들었단다.
반지, 구슬백, 바늘꽂이, 일기장…. ”

•그림 4•보물 상자에서 반지를 꺼낸다
“외할머니 반지, 내가 껴볼래요!”
반지가 데굴데굴 구르더니
장롱 밑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어요.

•그림 5•긴 자를 장롱 밑에 넣어 물건을 찾는다

장롱 밑으로 긴 자를 넣어 이쪽으로 휘익!
잃어버린 종이배가 나왔어요.
저쪽으로 휘익!
숨어 있던 머리 묶는 방울도 나왔어요.
다시 한 번 휘익!

•그림 6•반지를 찾았다
“휴우, 드디어 찾았다!”

•그림 7•방에 신문지 깔고 엄마 구두 신고 구슬백을 든 아이
“엄마 놀이 하고 싶어요.
구슬백, 뾰족구두, 반지, 모두 모두 주세요.”
걸음은 비틀비틀
반지는 헐렁헐렁
구슬백은 흔들흔들.

•그림 8•외할머니가 송이를 키우는 여러 가지 모습
외할머니는 송이를 씻겨주고
우유도 먹여주고, 유모차도 태워주었어요.
생각나지는 않지만
사진을 봐서 송이도 다 알아요.

•그림 9•결혼식 날 구슬백을 들고 가는 엄마
외삼촌이 결혼하는 날
엄마는 보물 상자에서 구슬백을 꺼냈어요.

•그림 10•자동차 타고 가는 그림
예식장으로 출발!

•그림 11•예식장 풍경, 혼주석에 놓인 구슬백
엄마는 외할아버지 옆자리에 구슬백을 놓았어요.
송이는 궁금해졌어요.
‘외할머니도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까?’

•그림 12•신랑과 신부 앞에서 화동이 된 송이
신랑 신부가 행진할 때 송이가 꽃을 뿌렸어요.
꽃잎이 나풀나풀 날았어요.

•그림 13•샹들리에를 보며 외할머니를 생각하는 송이

송이는 다시 궁금해졌어요.
‘외할머니도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까?’

•그림 14•혼주석에 꽃을 뿌리는 송이
구슬백이 놓인 의자로 달려가 송이가 꽃을 뿌렸어요.
꽃잎이 나풀나풀 날았어요.

•그림 15•예식장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다
이제 가족사진을 찍을 차례에요.
“준비되셨죠? 찍습니다.”
그때 송이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잠깐! 기다려주세요!”

•그림 16•구슬백을 가져와 송이가 들고 사진을 찍는다
“자, 다시 찍습니다. 웃으세요, 김치!”
찰칵!


조카를 안을 때마다 나는 중얼거린다.
“엄마, 보고 계시죠? 엄마, 오늘도 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요.”


- 박금선의 책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꼼지락) 중에서 -



매거진 <책 표지와 밑줄친 문장들>은 책을 읽으면서 밑줄친 문장들을 모으고, 표지 한 장 그려 같이 껴넣는 개인 수납공간입니다. 요새 시간이 많아서 누가 보면 배곯고 다닌 사람처럼 만나는 족족 책을 해치우고 있거든요. 제 마음을 요동치게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도 수신되기를 바라면서 칸칸이 모아놓을 예정입니다. 고상한 취향을 보여주기 위해 그럴싸한 문장만 골라낼 생각은 없습니다만, 예쁜 표지를 만나면 표지가 예뻐서 올리는 주객전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주 1회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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