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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달 Dec 10. 2019

겨울은 살찌는 계절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다.



 겨울은 살찌는 계절이 틀림없다. 추워서 움직임이 최소화되고, 잠은 더 많아지고, 심지어! 맛있는 간식들이 너무 많다. 겨울철 대표 간식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호떡'이다. 지난 주말에 동친(동네 친구)를 초대해서 집밥을 대접하려 장을 보러 갔다가 호떡 믹스를 사 왔다. 동친이 내가 좋아하는 투썸 케이크를 사 오는 바람에 배불러서 호떡을 해 먹지는 못했지만 찬장에 고이 놓여있는 호떡 믹스를 볼 때마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집밥 홍선생



 최근에 이사를 해서 지인들을 하나 둘 초대하고 있다. 시켜먹어도 되지만 그래도 처음 초대했을 때는 집밥을 선물하고 싶어 솜씨를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내 지인들도 자취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오랜만에 집밥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많이 조금 더 크달까. 나도 몸이 피곤하면 음식을 해 먹기보단 시켜먹거나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 물론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있지만 가끔은 심심하기도 한 뜨끈한 된장국에 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겨울에는 특히나 알배추의 계절이어서 최근에는 배추 된장국을 자주 해 먹고 있다. 멸치와 다시다를 우려 끓인 육수에 할머니가 직접 기른 콩으로 메주를 쑤어 만든 된장을 풀고 썰어놓은 알배추를 듬뿍 넣고 푹 끓여주면 완성이다. 나는 매콤한 맛을 좀 더 넣기 위해 청양고추를 썰어 넣는다. 너무나도 간단한 음식이지만 된장국 한 그릇을 먹으면 허했던 속부터 뜨끈하게 차는 느낌이 든다.


 내가 고생할까 봐 친한 동생도 그냥 시켜먹자고 만류하고 동친도, 오래된 친구도 그냥 치킨이나 시켜먹자고 하지만 어떤 음식을 대접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부터 장을 보고 준비를 하는 과정까지 나는 기분이 좋다. 특히 맛있게 잘 먹는 지인들을 보면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최근에는 미니 튀김기를 하나 샀다. 주변에 텐동 만들어주겠다고 신이 나서 얘기하고 있지만 다들 텐동은 밖에서 사 먹자고 말리는 중이다.


지난 주말 동친을 초대하여 소담하게 차린 밥상(photo by.동친)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너무 따뜻하다. 그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에게 선물하는 정성이 담긴 한 끼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아 물론 요즘 계속 많이 먹고 있어서 살찌는 중이긴 하다.) 사실 나도 업무에 지치고 귀찮아지면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하고 그냥 대충 밥을 해먹기도 한다. 간도 하지 않은 채 대충 만들어 욱여넣으며 먹던 김치볶음밥을 보고 동생이 으휴.. 한 끼를 먹어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니까? 하며 간을 다시 해주곤 한다. 맛있게 한 끼 정성 스래 요리하고 먹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큰 선물인지 알고 있다. 대충 욱여넣는 밥이 아닌 오늘 하루도, 이번 한 주도 고생했다는 스스로에게 선물 같은 한 끼.


 지난 주말 엄마가 김장을 했다며 사진을 찍어 보냈다. 곧 날아올 김장 김치에 너무나도 설레어 온다. 김장 김치에 수육을 하고 맛있게 먹어야지. 김치가 조금 익으면 김치찜을 해 먹고, 좀 더 익으면 청국장과 김치찌개를 먹어야지. 친한 동생과 김치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곧 우리가 김장할 기새라며 서로를 말리는 상황도 있었다.

 이번 주말은 11년 지기 친구를 초대해 바지락 술찜과 삼겹살, 골뱅이 무침을 대접할 예정이다. 둘 다 술을 좋아해서 술을 좀 넉넉하게 준비해야겠다. 레시피를 찾아보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엄청 설레고 있다. 아직 몇 번의 집들이가 남아있다. 연말, 연초에는 의정부와 인천에 살고 있는 14년 지기 친구를. 12월 중순에는 고향에서 올라온 친구를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예정이다. 글을 적고 나니 약속이 잡히지 않은 다른 친구들도 떠오르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았기에 다 나열하지는 않으려고 한다.(사실 계속 나열하면 TMI이기도 하니까)

 

살이 찌는 소리


 이렇게 연말에 다양한 약속과 집들이(살짝 핑계)로 인해 살은 계속 찌고 있는 중이다. 어쩜 이렇게 빼는 것은 어려운데 찌는 것은 쉬운지 모르겠다. 추워져서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심각성을 느끼고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다. 그리고 마음 편히 저녁을 먹었다. 날씨는 춥지만 생존을 위해 비축이라도 하려는 듯 이것저것 잘 챙겨 먹으며 마음도 몸도 포동포동해지는 계절.


 물론 맛집도 많고, 간편하게 시켜먹을 수 있는 배달 어플도 있지만 추운 날 고생했다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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