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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달 Sep 15. 2019

'고향'이 주는 안도감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다.



 내가 서울에 정착한 지 햇수로 7년 정도가 흐른 것 같다. 서울로 상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향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내가 다시 고향에 돌아오면 실패자 같은 느낌이 들까 봐 겁이나. 다들 그렇게 생각할까?' 하고 싶었던 일이 분명히 있었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면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나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하지는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의 바보 같은 질문을 받은 친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얘기했다.


'아무도 그런 생각할 사람 없어. 네가 돌아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돌아오면 되는 거야.'



 물론 고향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나는 고향이 있어 행복하고 든든하다.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사람들이 있다는 따뜻함. 그곳은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명절 때마다 나는 언제나 고향을 간다. 1년 중 가족들과 친구들과 제일 오래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참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오곤 한다.


 나이가 들며 결혼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니 서울에서 정착하는 상황이 생길까 아버지는 언제나 불안해하신다. 이번 추석에도 언제 내려올 건지 기간을 정하라고 독촉을 하다가도 회유를 하시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해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막내 이모도 '아직 돌아오긴 아쉽지?' 하며 운을 떼기도 한다. 한참 내려오라고 말하던 친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지 마~! 됐어 평생 서울에 살아라!' 하며 아쉬움에 화를 내기도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서울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안정되고 행복해 보여서 나도 괜스레 안도하고,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너무 즐겁겠지. 친구들과 더욱더 자주 만나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아쉬워하는 할머니를 더 자주 찾아뵙고,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은 고향에서도 충분히 방법을 찾을 수 있잖아? 하며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 추억이지만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즈음에 친한 친구와 항상 헤어지는 시간이 될 때마다 눈물 가득 고인채 작별 인사를 하곤 했었다. 뭐가 그렇게 애절한 이별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너무 귀여웠었다. 이별은 언제나 익숙지 않아서 가족과 헤어질 때 무덤덤하게 인사하곤 하지만 슬프다. 물론 그 시간이 짧아지긴 했다. 다시 서울 집에 도착하면 집이다.라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번에도 친구들을 만나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내려와. 왜 그렇게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냐.'라는 말을 듣고 뭔가 아직도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기분이 좋았다. 


 이상하게도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보니 무언가 힘이 생긴다. 


'그래 할 수 있을 만큼 더 해보자. 해보다가 힘들면 정말 내려가면 되잖아? 내가 내려오면 반겨줄 사람이 이렇게 많은걸.'


 나만 있는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아주 커다란 산이 내 뒤에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든든하기만 하다. 이번 연휴도 이렇게 끝나가지만 모두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글로나마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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