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친구에게 선물 하나를 받았다. 그 선물은 다름이 아닌 본인이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 나를 주제로 한 글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앞으로 써나갈 글에 대한 목차에 내 이름을 적었다던 친구는 깜짝 선물로 나에 대해 쓴 글을 보내주었다. 그 친구에게 보내는 답장 아닌 답장을 오랜만에 써보려고 한다.
이 친구는...
20살 대학 시절 신입생 설명회에서부터 만나 14년간 이어져 온 아주 귀한 인연이다. 투닥거리기도 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20대 초반. 20대 중반이 넘어가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만나면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고 귀하던지.
지금 나는 고향을 떠나 공부하며 지내고 있고 친구는 결혼하고 어엿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육아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하며 더 깊어지는 중이다. 이번 석사 졸업을 하며 감사 인사를 남겼던 친구들 중 포함되어 있었던 친구는 밤마다 영상 통화를 하며 공부하고 일상을 공유했다.
친구의 글처럼 우리가 언제부터 밤에 영상통화를 하며 공부하고 서로 추천하는 책을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친구는 육아 퇴근을 하고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밤과 새벽, 나 또한 과제를 하고 논문을 썼어야 했던 밤과 새벽에 함께 하며 응원하고 시간을 보냈더랬다.
로또 대신 열매달
친구가 보내준 글의 제목은 '로또 대신 열매달(실제 내 이름)'이었다. 로또 대신 나라니 이 얼마나 행복한 말인지 모른다. 친구가 보내준 글은 친구의 성격처럼 투박하고 진솔했다. 친구가 보내준 글이 더 감동인 것은 육아만 하며 지내던 일상에 글쓰기라는 변화를 주며 본인의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 나를 포함해주었던 것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매년 초에 서로의 계획을 공유하곤 했는데, 2022년 친구의 계획은 줌바댄스 주 4회 이상, 저녁 8시 - 아침 8시 사이 금식, 영어공부 한 시간, 코스모스, 총균쇠 등의 책 읽기였다. 지금도 매일 새로운 계획을 나열하는 친구에게 "코스모스나 읽어 크크크" 하면서 장난을 치곤 하는데 그래도 올해 친구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다른 것 모두 못 지켰으면 어떠하리 친구는 글쓰기를 하며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의 큰 수확인 아닌가 싶다. 오랜만의 글쓰기가 어렵다면서 꾸준히 써나가고 있는 친구를 보며 게으른 나를 반성하기도 한다.
친구가 새벽에 나에게 보내준 글에는 친구의 담백한 성격 답게 미사여구나 꾸미는 문장들 대신 나에 대한 생각과 감정, 응원이 너무 따뜻하고 진솔하게 들어가 있었다.
넌 나의 웃음 버튼
새벽에 수다를 떨면서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서로 보는 웹툰, 드라마, 예능(특히 나는 솔로, 심야괴담회) 등등을 공유하고 내용을 예상하기도 스토리를 이야기해주기도 하는데 여전히 이런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친구의 마지막 문장에 '열매달. 넌 나의 웃음 버튼이야.'라고 적혀있었다. 그것은 나도 똑같다. 너도 나의 웃음버튼이야. 논문을 쓰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귀찮고 피곤해서 내일의 나에게 미루려는 찰나에 항상 '공부하자'라고 카톡을 보내오는 너. 네가 있어 나는 논문도 잘 마무리 했고, 공부 했어. 언젠가부터 책을 선물하고 글을 공유하고 일상을 응원하게 된 우리는 앞으로 더 깊어지겠지? 우리의 20년 뒤, 30년 뒤가 너무 궁금하다.
투박한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사려 깊고, 속 깊은 내 친구. 너 또한 나의 웃음 버튼이며 자랑이야.
나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써줘서 정말 고마워. 아직도 나에 대해 적을 게 많이 남았다는 너의 말에 나는 행복했다. 2탄을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