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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Nov 06. 2024

육아휴직 39주 차 : 노화는 상수다, 소화는 안된다

아빠 육아 : 241021-241027


 “안돼! 지지야 먹지 마 안돼!”

 나는 아이에게 이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할까. 최소 십 수 번 이상일 것이다. 그래도 소용없다. 세상엔 새로운 것 천지고 따님이 탐닉해 볼 아이템은 무궁하기 때문이다. 체념의 눈빛으로 아이를 주시하다가 얼마 전 글쓰기 모임에서 나눈 대화가 갑자기 생각났다. 현재 본인의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가장 연장자인 나는 별생각 없이 ‘노화’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실제로 현재 꽂혀있는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서야 뒤늦은 쪽팔림이 몰려와 후회했다. 갑자기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식욕이 예전 같지 않다. 아니다 식욕은 똑같다. 소화력이 시원치 않아서 무언가를 먹기 무섭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웬만하면 누군가에게 간섭을 하지 않는 칼럼니스트 김도훈 씨도 젊은 친구들에게 단 한 가지 조언하는 말이 있다. 떡볶이와 튀김을 많이 먹어두라고. 사십 대가 넘어가면 이도 위도 약해지는 것이 그 절절한 이유다. 자극적이거나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도전이 망설여진다. 다 때가 있다는 것이 그런 말이었나. 속절없고 아쉽기만 하다.


 신체는 그렇다고 치자. 정신적으로 늙는다는 사실은 정말 받아들이기조차 힘들다. 식욕에 상응하는 개념은 호기심일 것이다. 더 이상 궁금한 게 귀찮아질 때, 그러니까 새로운 걸 보고 느끼는 것이 즐겁지 않고 버거울 때 노화를 체감한다. 말 그대로 보수적이게 된다. 이 기분 은근히 무섭다. 아이처럼 모든 걸 입에 넣어보던 때가 그리워진다. 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른들의 미천한 경험은 많은 걸 주저하게 만든다. 점점 내적 부딪힘을 견뎌가며 새로움을 소화해 볼 자신이 없다. 호기심도 어쩌면 재능인 것일까.


 노화는 상수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지만, 나눈 공정표대로 착실하고 꼼꼼하게 늙을 것이다. 일찍이 장켈레비치는 그의 저서 ‘죽음’에서 노화는 평생에 단 한 번밖에는 오지 않는 쇠퇴이며, 피로와는 달리 다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세상 강력하고 슬픈 진리다.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떻게 하면 노화가 천천히 진행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 선생님이 일찍이 얘기하신 말에 현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


 다시 아이를 바라본다. 열심히 블록을 하나씩 입에 넣어보고 있다. 그 호기심이 부럽다. 자식이지만 부럽다. 흘러가는 내 인생이 애달프다. 내 젊음이 딸에게로 흘러가 그녀의 젊은 날을 만든다고 했지만, 이대로 넋 놓고 늙어갈 순 없다. 소화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정신머리에도 소화제가 있다면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다. 호기심을 간직한 눈빛으로 아이와 대화하고 싶다. 궁금증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행동도 보여주고 싶다만,

“잠깐만! 그런데 그 화분은 진짜 먹으면 안 돼. 지지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 것으로 예상된다.




241021(월) : 곰돌이 옷 개시, 폭포에 들러 아빠와 까까를 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버터를 사서 집에 들어와 엄마를 만났다. 회사일로 힘든 엄마를 위로했다.

241022(화) : 비가 와서 차로 등원, 하원하고 까루나에 갔다. 까주신 밤을 잔뜩 먹었다. '서대문도서관'에 가서 엄마에게 빌려줄 책들을 빌리고 차로 엄마 지하철역 마중을 나갔다.

241023(수) : 차를 타고 등원, 하원하고 엄마회사 근처로 깜짝 방문했다. 엄마를 응원하는 한 주, 딤섬과 송이덮밥을 먹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일상의 작은 여행을 한 기분

241024(목) : 오랜만에 아빠가 안고 등원, 하원하고 폭포에서 놀았다. 할머니들과 대화했다. 아빠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에 간다고 했다. 엄마와 놀이터에서 킥보드를 타고 놀았다.

241025(금) : 하원을 하고 병원에 들러서 콧물약을 받아왔다. 폭포에 갔더니 어린이집 친구들이 공연을 보고 있어서 반갑게 인사했다.

241026(토) : 아빠의 육아일기 모임에 따라갔다. 서울숲에서 재밌게 놀다 보니 친척오빠가 왔다. 같이 키즈카페를 갔다가 오빠를 데리러 온 외가 식구들과 만나서 인사를 했다. 엄마아빠와 왕십리에 들러 샤부샤부를 먹고 집으로 왔다. 피곤한 하루였다.

241027(일) : 아침에 사러가에서 장을 보고 엄마와 집으로 왔다. 아빠는 오늘 하루 종일 외출이라고 했다. 저녁에 아빠 마중을 나갔다.





엄마 회사에 깜짝 방문했던 날의 종로, 밥을 많이 먹어도 저렇게 뛰어다니니 소화가 빠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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