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 241028-241103
안 되겠다. 뜀박질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노화에 대한 고민은 접자. 일단 운동부터 하자. 한참 걱정한 것 치고는 다소 싱겁고 당연한 결론이다. 다만 예전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외형을 위해 운동하지 않는다. 간절함을 눌러 담아 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마음으로 달린다. 기계로 치면 정비다. 소모품인 내 몸뚱이, 소중하게 갈고닦아 써야 한다. 러닝이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하루키도, 이슬아 님도 심지어 한강 작가도 매일 뛰었다고 한다. 그들은 공히 말한다. 좋아하는 걸 오랫동안 잘하기 위해 운동해왔다고 한다.
충격 고백 하나. 나도 올해 휴직기간 동안 제일 염두에 둔 과업이 바로 운동이었다. 이제야 수줍게 밝힌다. 몸짱이 되어보려고 했다. 실패했다. 작년보다 헬스장을 더 못 갔다. 바쁘니까 몸관리가 오히려 가장 뒷전으로 밀렸다. 하물며 잠까지 줄였으니 회사를 쉬는 동안 건강해졌을 리는 만무하다. 당장은 괜찮아 자만을 자행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잘 안된다. 이제는 정말 안될 것 같아서 일어선 것이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달린다. 여전히 현관문 나서는 게 어렵지만, 안 나간다고 내가 집에서 특별히 생산적 일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기에 군말 없이 신발을 신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행위, 그러니까 달려서 시간의 흐름을 붙잡는다는 개념, 이거 꽤 시적이다. 눈에 그려진다. 노화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 그 지극함이 딱하고 가엽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다. 뛰고 나면 틀림없이 활력이 생긴다. 소화도 잘된다. 위장이 건강해야 호기심도 유지할 수 있다. 성수동 유명한 베이커리에 들러 이름이 긴 빵도 사 먹고 SNS에 자랑도 할 수 있으려면 달려야 한다. 몸이 가벼우면 높은 확률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유 없이 짜증이 가득할 때를 돌이켜보면 필시 피곤할 때였다. 건강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다.
역설적이기도 하다. 시간을 소비함으로써 가치 있는 시간을 늘린다는 점이 재미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남은 시간들이 선명해진다. 건강해진 몸은 정신을 또렷하게 만든다. 일종의 투자다. 시간의 질을 성과로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역설이 또 발생한다. 시간은 그렇게 착실하게만 쌓는다고 의미가 있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 어느 정도 낭비도 하며 낭만적으로 살아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본인만의 관점을 갖는 데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 발란스가 중요하다. 제대로 산다는 건 이렇게나 피곤하고 어렵다.
뛰기 싫으니까 별 복잡한 생각을 다하고 앉아있다. 이런 잡념을 떨치는 데에도 사실 달리기만 한 것이 없다. 예찬할만하다. '더 이상 못뛰겠다'라는 생각으로만 머리가 가득 찰 때까지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긍정적 에너지 탑재가 가능하다. 집에서 아이와 아내에게 시종일관 좋은 기분으로 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내가 가족에게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아이는 일찍 자기 위해 운동해야 한다. 나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운동해야 한다. 무릎은 조심해야 한다.
241028(월) : 기호에 맞춘 옷과 신발을 입고 등원했다. 아빠는 총체적 난국패션이라고 했다. 하원을 하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와있었다.
241029(화) : 하원을 하고 할아버지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놀이터로 나갔는데 비가 와서 바로 들어왔다. 아빠에게 파스타가 먹고 싶다고 했다. 파스타와 샤인머스켓을 먹고 할머니와 노래를 불렀다.
241030(수) :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와 등원을 해서 든든했다. 하원을 하니 엄마가 왔다! 저녁엔 '까루나'에 가서 삼중주 음악회를 들었다.
241031(목) : 날씨가 좋아 동네를 한참 거닐다가 등원했다. 하원을 하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아빠와 어린이집 정기상담에 다녀왔다. 선생님이 바뀌신다고 한다. 걱정의 분위기가 집안에 감돈다. 난 걱정 없다.
241101(금) : 하원을 하고 아빠와 집을 치웠다. 이모부, 삼촌, 외숙모가 놀러 왔다. 사 오신 귤을 까먹으며 저녁식사를 했다.
241102(토) : 아침에 아빠와 놀다가 오후에는 시아언니네를 태워 근교 카페에 놀러 갔다. '김포공항 롯데몰 애슐리'에서 밥을 먹고 왔다.
241103(일) : 아침에 '사러가 마트'에 갔다가 엄마품에서 잠이 들었다. 낮에는 다 같이 '안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메타세쿼이아 길도 걷고 싸간 간식도 먹었다. 처음 보는 친구에게도 나눠줬다. 저녁엔 가족끼리 오붓하게 오리고기를 먹었다.